화이자 '제약 슈퍼 공룡' 꿈 무산

아스트라제네카, 120조원 세번째 인수 제안도 거부

영국 2위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세계 최대 제약 업체인 화이자의 최종 인수제안을 거부하면서 양사 간 인수합병(M&A)이 무산됐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19일(현지시간) 화이자가 기존 1,065억달러에서 1,170억달러(약 120조원)로 인수가격을 올려 제시했지만 아스트라제네카가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레이프 요한손 아스트라제네카 회장은 "새 제안에는 아스트라제네카의 기업가치와 미래 성장성이 여전히 낮게 평가돼 있다"며 "이번 인수는 근본적으로 재정적 효과를 노린 것으로 화이자가 전략적으로 의미 있는 사업 비전과 기업가치 확대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거절이유를 밝혔다. 그는 이어 "화이자의 인수 제안이 주주 이익을 침해하고 (M&A가 성사될 경우) 전체 제약 업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목이 집중됐던 M&A가 결국 무산되자 영국 증시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주가는 이날 11%나 폭락했다. 이는 지난 2002년 8월 이후 하루 최대 낙폭이다.

올해 1월부터 시작된 화이자의 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한 인수 제안은 이번이 세번째다. 이마저 실패로 돌아감에 따라 화이자는 오는 26일을 넘기면 영국법상으로 6개월 동안 새로운 인수 제안을 할 수 없게 된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인수안 거부를 둘러싸고 투자자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30대 주주 중 하나인 주피터 펀드매니저 앨리스테어 건은 "아스트라제네카의 인수안 거부는 매우 실망스럽다"며 "화이자와의 M&A를 통한 구체적인 가능성을 살펴봤어야 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인수안에서 화이자 측이 아스트라제네카 주주들이 받는 현금의 비율을 45%로 높인 만큼 투자자들을 배신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주주 가운데 하나인 M&G의 펀드매니저 리처드 휴즈는 "장기적 관점에서는 회사가 독립적으로 남는 것이 더 긍정적"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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