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꾸준히 국내 채권을 사들이던 외국인이 이달 들어 처음으로 매도세로 방향을 바꿨다. 반면 지난 5월 이후 매도 우위를 보이던 주식시장에서는 7거래일 연속 대규모 순매수를 기록해 이전과는 정반대의 투자 패턴을 나타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요국가의 기준금리 인하로 유동성이 커지고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주식과 채권에 대한 투자 방향이 뒤바뀐 것으로 분석했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13일까지 채권시장에서 1,281억원어치를 팔았다. 외국인이 채권시장에서 매도 우위를 기록한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외국인은 1월 2조7,003억원을 순매수한 데 이어 매달 1조~4조원 이상의 순매수 움직임을 보였고 지난달에도 3조2,000억원 이상을 사들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특히 외국인은 이달에만 국채를 4,088억원어치를 팔아치워 2조7,79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던 지난달과는 완전히 다른 행보를 보였다.
외국인의 이 같은 매도에 채권 수익률도 최근 들어 오름세로 방향을 바꿨다. 실제로 지표물인 국채 3년물의 금리는 지난 8일 2.76%까지 하락했지만 이날은 전날보다 0.05%포인트나 오른 2.87%까지 올랐다. 또 국채 1년물과 5년물 역시 2.76%, 2.86%까지 내려갔던 금리가 각각 2.86%, 2.98%까지 올라섰다.
반면 주식시장은 '돌아온 외국인'에 환호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유가증권시장에서 단 하루(3일)를 제외하고는 줄곧 매수세를 보이며 3조8,639억원을 순매수했다. 5월 4조1,655억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6월에도 9,195억원을 순매도하며 코스피지수의 상승세를 꺾었던 외국인이 귀환하면서 코스피지수는 이달에만 74포인트(3.98%)나 뛰었다.
외국인이 채권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눈을 돌린 이유는 유럽ㆍ중국 등 주요국의 경기부양책으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0.75%로 낮췄고 중국 역시 금리를 6월과 7월에 두 달 연속 인하했다. 미국은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3차 양적완화(QE3) 카드'를 꺼내놓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세계 주요국가가 글로벌 경기부양에 동조한 정책을 내놓는 상황이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세계 각국의 금리인하 조치로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1월처럼 유동성 장세가 국내 증시에서 펼쳐지고 있다"며 "당분간 위험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코스피지수가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당분간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 움직임을 이어갈 것으로 보임에 따라 외국인 선호 종목에 대한 투자도 유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상호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최근 3개월 동안 박스권을 유지하다가 이달 들어 외국인의 순매수가 뚜렷해지면서 5% 이상 상승했다"며 "올 초보다 외국인 비중이 낮고 이익 전망이 높은 종목에 대한 투자가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토러스투자증권은 LG디스플레이ㆍ오리온ㆍ삼성테크윈ㆍ한국전력ㆍ삼성전자ㆍLG생활건강 등이 외국인 투자에 따른 상승 여력이 높을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