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하강속도가 가파라지고 있는 가운데 물가마저 급등세를 보여 이러다간 우리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ㆍ경기하강속 물가앙등)으로 가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더구나 소비자들의 미래소비행태를 가늠할 수 있는 소비자관련지수도 계속 내리막길을 치닫고 있어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날로 증폭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우리 경제가 진행된다면 소비위축→생산감소→투자부진→고용감퇴→경기침체의 악순환을 반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우리 경제가 수출 등 여러 기초여건을 감안할 때 아직은 `침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시장상인이나 일반인 등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그야말로 냉랭하기 이를 데 없다. 이미 우리 경제가 올해 4% 성장도 어렵다는 전망이 한국은행과 정부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만큼 불안심리를 차단할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경기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게 민간경제연구소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의 경제악화가 국내요인보다는 해외요인에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는 점이다.
◇물가급등, 스태그플레이션 `우려`=3월 소비자물가는 전월보다 1.2% 나 올라 월간 상승률로는 지난 2000년 9월(1.3%)이후 30개월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이로써 소비자물가는 올들어 3개월간 2.4% 올랐다. 이런 추세라면 정부의 올해 물가목표치 3%대 달성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신학기를 맞아 학비가 오르고 작황부진으로 농축산물 가격이 급등했다는 계절적인 요인도 있지만 유가상승이 주요인이다. 특히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빡빡해지고 있어 먹고사는 문제가 최대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센터 소장은 “경기가 악화되고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ㆍ생활형편ㆍ가계수입 모두 `비관`=경기전망ㆍ생활형편ㆍ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계획 등 소비자 동향 지수 4개 항목이 지난 해 2분기부터 올 1분기 까지 4분기 연속 급락세를 보이며 1년반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그 만큼 소비자들이 경제를 불안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경기전망과 관련해서 조사 대상자들은 고용사정이 나빠지고 물가가 오를 것으로 보는 등 경제 전반에 대해 부정적인 예측으로 일관했다.
이처럼 경제를 나쁘게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소비심리도 갈수록 꽁꽁 얼어 붙고 있다. 소비자들은 교육비ㆍ보건비를 제외한 모든 지출비용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며, 특히 앞으로 6개월내 부동산을 구입할 계획이 있는 가계는 지난해 상반기 8%에서 하반기 7%, 올 1분기 6%로 감소했다. 부동산 구입을 계획하고 있는 경우도 단독주택과 상가 구입을 희망하는 가구의 비중이 줄고 아파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졌다. 경기가 나쁠수록 나타나는 성향이다. 또 6개월 내 승용차 구입 계획이 있는 가계의 비중 역시 지난해 6%에서 올 1분기 5%로 낮아졌다.
◇정부, 뾰족한 대책없어 고민=정부는 물가 등 최근 발표되는 각종 경제지표들이 위험신호를 내보내고 있으나 뚜렷한 대책은 없다. 말그대로 속수무책이다. 대책이란 것도
▲거시경제정책의 탄력적 운용
▲국제유가급등시 적기대응
▲농수산물 수급안정
▲물가불안심리 적극 대응 등과 같은 대부분 뜬 구름 잡는 식이다.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책은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고 계절적인 요인이 사라지기 만을 기다리는 정도다. 이라크전쟁이 끝나야 한다는 게 골자다. 윤대희 재경부 국민생활국장은 “4월부터 농산물가격 하락, 공공요금 및 교육비안정 등으로 물가가 안정을 찾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임석훈기자 sh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