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현재 7개국과 협상… 업적 쌓기 과욕? 무역 선진국 위한 발판?

[정권말 동시다발 FTA 추진]
캐나다·멕시코·콜롬비아 등 쉴새 없는 전선 확대로 "임기말 판 너무 커져" 지적
"FTA로 수출 확대" 불구 한중, 한중일 협상 앞두고
기존 실적 재점검하고 속도조절 필요 목소리 높아



"MB 임기 말에 너무 크게 판 벌어졌다"
[심층진단] 현재 7개국과 협상… 업적 쌓기 과욕? 무역 선진국 위한 발판?[정권말 동시다발 FTA 추진]

김영필기자 susopa@sed.co.kr
























캐나다·멕시코·콜롬비아 등 쉴새 없는 전선 확대로 "임기말 판 너무 커져" 지적
"FTA로 수출 확대" 불구 한중, 한중일 협상 앞두고
기존 실적 재점검하고 속도조절 필요 목소리 높아

임기 말 업적 쌓기를 위한 과욕인가, 무역 선진국을 위한 발판인가.

이명박 대통령의 실질 임기가 6개월 정도 남은 상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이 추진되면서 그 배경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외교통상부가 대형 FTA인 한중ㆍ한중일 FTA에 이어 멕시코ㆍ캐나다와도 협상 재개를 추진하고 있고 한일 FTA도 분위기 조성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콜롬비아 등 다른 국가와의 추가적인 FTA를 감안하면 사상 최다 규모의 무역협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한미, 한ㆍ유럽연합(EU) 등 대형 FTA가 발효된 시점인 만큼 지금까지의 FTA 이행실적을 점검하고 방향을 다시 한번 잡아봐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쏟아지는 FTA 협상=25일 외교부에 따르면 공식적으로 현재 우리나라가 협상 중인 FTA는 캐나다ㆍ멕시코ㆍ걸프협력회의(GCC)ㆍ호주ㆍ뉴질랜드ㆍ인도네시아ㆍ중국 등 7개국이다. 하지만 이 중 인도네시아ㆍ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5개국은 사실상 협상이 중단된 상태였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최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멕시코를 방문한 자리에서 캐나다ㆍ멕시코와의 FTA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고 콜롬비아와는 협상 타결 선언을 했다.

우리 정부는 한중 FTA에 이어 한중일 FTA도 올해 안에 협상 개시 선언을 할 예정이다. 아울러 한일 FTA도 분위기 조성을 위해 지난달에 이어 25일에도 과장급 실무협의를 개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도와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업그레이드를 진행 중이고 이 대통령은 23일 칠레 대통령과 양국 간 FTA를 2단계로 심화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과 칠레ㆍ페루ㆍ콜롬비아에 이어 멕시코ㆍ캐나다ㆍ브라질 등과 FTA를 하면 미주 대륙 전체가 우리나라 시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FTA 피로감이 만성화되고 있다"며 "대통령 임기 말에 판이 너무 크게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정부 내에서도 FTA 전선이 지나치게 확대되고 그 속도도 너무 빨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무원들도 "노무현 정권 때부터 동시다발 FTA를 선호했지만 한번이 이렇게 많이 FTA를 추진한 적이 없었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한미나 한ㆍEU FTA 이행점검도 일인데 중요한 한중 FTA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일을 키우는 느낌"이라며 "협상을 많이 하는 것은 좋지만 그만한 관리능력이 되는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계획대로라지만 FTA 협상 방향 재점검해야=외교부는 정해진 계획대로 추진하는 FTA라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유럽 재정위기에도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FTA 덕분이라는 것이다.

실제 한미 FTA 발효 이후 이달 15일까지 우리나라의 수출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지만 대(對)미 수출은 8.4% 증가했다. 자동차 부품과 석유제품 등 FTA 혜택품목은 16.8%나 늘었다. 대(對)EU 수출은 전체적으로는 급감했지만 자동차, 자동차 부품 등 관세 인하 혜택을 받은 것들은 20.2%나 수출이 불어났다.

외교부 고위관계자는 "FTA는 남보다 빨리 하면 선점에 따른 이득을, 늦게 하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경쟁국에 비해 한발 먼저 FTA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쉴 새 없이 FTA를 추진해온 만큼 이제는 그동안의 추진실적을 점검하고 큰 틀에서 이를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명박 정부 들어 FTA를 굉장히 숨가쁘게 추진해왔는데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기존에 체결한 FTA도 문제는 없는지 전반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특히 한중ㆍ한중일 FTA를 앞두고 페이스 조절을 하면서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협상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FTA가 양국 간 통상담당 부처 간 밀실협상으로 치닫는 것도 문제다. 칠레와 교육ㆍ문화ㆍ신재생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FTA를 2단계로 확대하자는 내용은 정상회담 결과 발표 전에는 기획재정부ㆍ지식경제부ㆍ농림수산식품부 등 실무부처가 그 내용을 알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원의 관계자는 "원활한 FTA 협상을 위해서는 통상교섭본부가 주도권을 쥐고 정부 부처들을 이끌어가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방향을 미리 정해놓고 이를 요구한다는 느낌을 줄 때가 많아 정부 내에서도 속도 조절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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