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집안싸움’ 시끌

민선단체장-정부임명 부단체장 갈등심화
울산·강원·대전등 ‘교체 요구-거부’ 대립
“단체장 견제차원 파견자제·임기도 규정을”

민선 광역단체장들과 정부에서 임명한 부단체장들간의 갈등이 일부지역에서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사실상 민선 단체장 견제를 목적으로 임명되는 부단체장들은 일정한 임기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장기간 재임하면서 단체장들과 잦은 충돌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 단체장들은 선거전략 차원에서 부단체장들의 교체를 정부에 요구하기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행정자치부 및 전국 광역자치단체들에 따르면 정부는 민선 출범 이후 각 광역자치단체에 행자부 소속 1급 공무원을 행정부시장 또는 행정부지사로 임명, 파견해오고 있다. 그런데 최근 각지에서 통상재임기간(2년)을 넘긴 부단체장들에 대한 단체장들의 퇴진 요구로 양측간 심각한 마찰음을 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울산광역시는 부임 3년째를 맞은 박재택 행정부시장에 대해 지난 3월 박맹우 시장이 행자부측에 교체를 요구했다가 거부당하자 양측간 갈등이 심각한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당시 박 시장은 부시장 교체와 함께 자체승진을 요구,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측근 인사를 중용하려 했다는 구설수에도 올랐다. 이후 박 시장은 중요 시정에 관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부시장을 일체 배제시킨 상태다. 여기에다 행정부시장은 최근 지인들과의 모임에 참석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 박 시장과 겨루겠다”고 맞서는 등 양측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실정이다. 조명수 강원부지사도 올 상반기부터 김진선 도지사로부터 용퇴를 종용받아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역대 강원부지사 가운데 최장인 만 3년째 재임 중인 조 부지사의 경우도 도지사의 퇴진 요구에 맞서 내년 선거에 도지사 후보로 출마를 공언하는 등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는 게 강원도 관가주변의 얘기다. 대전광역시의 경우도 3년4개월째 재임 중인 행정부시장에 대해 안팎으로 거취문제가 제기돼 공직사회가 어수선한 상황이다. 염홍철 시장은 최근 구 부시장이 행자부로 되돌아갈 것에 대비, 대대적인 인사개편을 단행할 계획이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도회근 울산경실련 공동대표(울산대 법학과 교수)는 “정부가 부단체장들에 대한 권한이나 임기 규정도 없이 단순히 단체장 견제 차원에서 임명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민선기간과 같은 임기를 부여한 뒤 중앙정부로 복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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