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5월이 물러가고 6월이 다가왔다. 5월은 누가 뭐라 해도 가장 화사하고 상쾌한 계절임이 분명하다. 나뭇잎들이 무성해지고 갖은 꽃들이 만발하며 바람조차도 싱그러운, 그야말로 생명의 일대 축제가 벌어지는 계절이다. 황폐함이나 모든 불모가 추방되고 생명력과 생산성으로 충만하게 된다. 5월에 우리는 슬픔이나 쓸쓸함과 같은 부정적이고 어두운 인생의 면모들을 다 잊어버리고 생명과 번영만을 꿈꾸게 된다. 모든 계절 중에 5월만 있으면 되고 다른 계절은 5월의 들러리쯤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그래서일까 5월은 어린이날에서부터 어버이날 그리고 스승의 날과 성년의 날에 이르기까지 삶의 흐뭇함을 함축하는 날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5월의 달력을 보면 그 밝은 이미지들로 누구나 입가에 미소가 번질 것이다. 자세한 내용이야 알 수 없지만 5월을 행복의 기초단위인 「가정의 달」로 삼은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모두는 5월이 오래도록 지속되기를 바라며 빨리 가는 것을 아쉬워한다. 말일을 전후한 요 며칠 사이에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갑작스런 비가 내리곤 하여 우리들을 당황케 한 것을 보면 대자연도 5월이 지나감을 아쉬워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마저 해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아쉬움을 뒤로 하며 어느덧 6월 첫주를 현충일과 함께 맞이하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6·25기념일도 다가올 것이다. 가정의 달을 보내고 6·25와 현충일이 있는 「호국의 달」을 통해 우리는 어느새 가정을 넘어 나라와 민족을 생각하게 된다. 나라를 위해 산화한 무수한 호국 영령들을 기리며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개인과 가정이 희생하였는가를 되새기게 되는 것이다.
필자의 은행 본점 엘리베이터에는 항상 유명한 명언, 명구를 붙여놓아 직원들로 하여금 오며 가며 읽도록 하고 있는데 5월 어느날엔가는 「자기 가정에서 행복을 찾아내는 사람이 가장 행복하다」는 말이 게시돼 있었던 기억이 있다. 너무나 당연한 것 같으면서도 마음에 와닿는 바가 있었지만 역설적으로 가정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모든 사람은 나라를 위해 자신과 가정을 희생한 누군가에게 빚지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는 말이 추가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가정의 달 5월에 이어 호국의 달 6월이 찾아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여기에는 가정과 국가는 별개가 아니라 운명을 함께 하는 공동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5월과 6월 사이에 난데없이 찾아왔던 뇌우는 점점 이를 잊고 사는 우리 세대에게 고한 대자연의 준엄한 경종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