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립이나 빌라를 지을 만한 단독주택은 얼마 없어요. 주민들도 아파트 건축허용을 기대했던 터라 용도제한이 풀려도 시큰둥한 반응입니다." 4일 기자가 찾은 서울 지하철3호선 매봉역과 양재역 사이 아파트촌 뒷편 양재천 주변에는 한눈에 봐도 지은 지 20년은 족히 됐을 법한 저층 상가와 다세대주택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지난달 말부터 용도제한이 풀려 단독주택 외에 연립ㆍ다세대주택 건축이 허용된 개포4ㆍ도곡2동 일대 71만㎡ 규모의 '개포택지지구내 단독주택지'다. 주변에는 고급주상복합의 대명사인 타워팰리스와 개포우성4차ㆍ개포한신 등 중층 아파트가 자리잡고 있다. 용도제한 완화로 이 일대에는 건폐율 60%, 용적률 200%, 최대 4~7층 높이까지 연립이나 다세대주택을 자유롭게 지을 수 있게 됐다. 개포지구 내 단독주택지는 양재천을 경계로 북쪽의 도곡2동 일대 1-1지구, 남쪽의 개포4동 일대 1-2지구 등 2개 지구로 나뉘어 있다. 도곡2동 1-1지구의 경우 호재에도 불구하고 개발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다는 것이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 1980년대 택지개발 당시 지어진 노후 단독주택들이 구청의 개별 허가를 통해 이미 연립ㆍ다세대 주택으로 잇따라 지어졌기 때문이다. 이 지역의 문갑식 용마부동산 대표는 "단독주택용지 규제가 느슨해진 사이 이미 연립ㆍ다세대주택도 많이 지어져 빌라 신축이 가능한 나대지나 단독주택도 얼마 없다"며 "3.3㎡ 가격이 2,500만원 내외여서 업체들이 단독주택을 빌라로 신축해도 수익을 쉽게 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1-2지구 역시 비슷한 분위기였다. 안경자 강남공인 대표는 "주민들이 원했던 아파트 신축이나 상업지역 용도변경이 허가되지 않는 이상 단독주택용지 제한이 풀려도 큰 의미는 없다"며 "단독주택주들도 빌라를 신축해봤자 높은 용적률을 적용 받기 힘들어 수익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매매나 전세가격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강남8학군에 속해 있음에도 주변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값에 매매ㆍ전세물건을 구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현재 이 일대 연립ㆍ다세대의 매매가격은 3.3㎡당 2,300만~3,000만원선을 형성하고 있으며 전셋값도 3.3㎡당 1,000만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지역 D공인의 한 관계자는 "재건축에 따른 이주수요, 강남8학군 수요가 유입되고 있어 전세 거래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