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 구축 사업을 앞두고 제조·통신 대기업 간 연합 허용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규제가 완화되면 국내와 해외 업체간 합종연횡이 본격화되는 것은 물론, 본사업 때까지 공룡 컨소시엄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관측된다. 24일 국민안전처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청회를 열고 정보화 전략계획(ISP)을 통해 마련한 재난망 세부 추진계획안을 공개했다. 국민안전처는 일괄발주, 영역별 분리발주를 섞은 2개 사업자의 혼합형 분리발주 형태를 가장 유력한 사업자 선정방법으로 제시했다.
국민안전처는 특히 재난망 시범사업 추진에 앞서 이동통신사와 장비 제조업체 대기업 간 컨소시엄 규제를 푸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ISP 발주 때만 해도 연 매출 8,000억 원 이상 기업끼리는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시범사업은 종합적인 시스템 설계가 필요한 만큼 이종 기업끼리만이라도 규제 적용을 완화해주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재난망 사업에 눈독 들이는 많은 기업이 이 같은 제안을 지속적으로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제조사와 이통사 사이에 이미 어느 정도 물밑 작업이 이뤄지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심 과장은 "시범사업부터는 어차피 이통사와 제조사가 손을 잡고 들어와야 하는데 매출 8,000억원 규제가 장벽이 된다는 의견이 많다"며 "이종업체만이라도 제한을 풀지 않으면 사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 컨소시엄 제한이 풀어지면 지금까지의 재난망 사업자 경쟁 구도엔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입찰 의지를 보인 곳은 국내의 삼성, KT, SK, LG 등과 해외의 에릭슨, 노키아, 알카텔-루슨스, 모토로라, 화웨이, ZTE 등 10여 곳. 규제가 완화되면 제조·통신사 간 연합 효과로 4~5개 컨소시엄으로 압축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삼성전자-국내 이통사와 같은 공룡 컨소시엄도 탄생할 수 있다. 만약 혼합형 분리 방식이 최종 채택되면 이 가운데 2개 대형 컨소시엄, 총 2개 제조사와 2개 통신사가 사업자로 참여하게 된다. 1개 컨소시엄이 망센터 구축을 담당하는 대신 나머지 컨소시엄은 기지국과 단말기를 더 많이 공급한다.
컨소시엄 간 합종연횡은 나아가 확산·완료사업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시범사업의 사업비는 470억 원이지만, 본사업 예산까지 모두 더하면 9,448억 원에 이른다. 이후 10년간 운영비는 7,728억 원이다. 시범 사업 기간은 오는 4월부터 12월까지다. 테스트 기간 추가 시 내년 3월까지 진행될 수 있다. 국민안전처는 업계 의견을 반영해 세부 추진계획 최종안을 마련한 뒤 다음 달 초쯤 시범사업자 공고를 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