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간 해외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일조하겠습니다.”
최근 출범한 한국IBM 기술연구소의 이호수(사진) 소장은 인터뷰 내내 사뭇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기술개발이라는 새로운 일에 대한 기대로 매우 “짜릿한(exciting) 기분”이라고 말했다.
지난달말 한국IBM은 기존의 단순 제품 개발 차원의 소프트웨어(SW)개발연구소를 연구개발 조직과 국내 고객의 경영혁신 및 과학기술의 접목 요구를 연계하는 기술연구소로 승격시켰다. 자체 연구개발과 함께 전세계 3,000여명의 IBM 연구원들이 개발한 기술을 국내 기업과 연계시키는 것이 주 임무.
“고객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개발 또는 검색하고 이것이 기업의 생산성 및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방안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 소장은 기업의 핵심기술도 독자 개발하는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기업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첨단 기술 개발 및 이 기술의 경영 접목을 위해 과감한 개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 소장은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업체 및 학계와 IBM 연구조직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200여명 이상의 연구원을 확보하고 있는 IBM 본사의 온 디맨드 이노베이션 서비스(ODIS)팀과 협력, 다양한 솔루션을 국내 고객에게 선보일 방침이다.
IBM기술연구소는 지난해 IBM이 인수한 컨설팅 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현재 IBM BCS)와의 공동작업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기업의 요구를 기술적인 측면과 경영혁신적 차원에서 동시에 접근할 수 있어 업무 추진과정에서 중복 및 혼선을 최소화하는 한편 효과는 최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소장은 “글로벌 조직과 국내업체간의 가교 역할과 함께 한국 현실에 맞는 솔루션 개발 작업도 지속적으로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술연구소 산하 `산업별 솔루션 개발팀`과 `소프트웨어 개발팀`을 통해 임베디드SW, 텔레매틱스, 음성인식, 보안솔루션 등을 지속적으로 개발, 출시할 방침이다.
이 소장은 지난 1981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박사학위를 받고 85년부터 IBM 왓슨연구소에서 근무해왔다. 그는 1990년대 초반부터 연구소에서 개발한 기술을 세계 각국의 기업이나 IBM의 반도체 및 컴퓨터 공장에 접목시키거나 기업들이 원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일을 담당해 왔다.
그는 “한국에 매년 1~2차례 이상 업무차 방문했다”며 “20년 넘게 한국을 떠나 있었지만 한국 기업들의 수준과 요구를 상당부분 이해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해 9월 한국IBM의 고문으로 영입된 뒤 반년 넘게 연구소 설립작업을 진행하며 한국상황을 이해하는데 더욱 주력했다고 한다.
한편 이 소장은 최근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고 했다. 그는 70~80년대만 해도 공대진학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보람 있는 일로 여겼는데 사회상황이 많이 변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호정기자 gadget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