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받아 고금리 빚 갚는 가계

규제완화·금리 낮아지자 몰려 8월 은행 가계대출 4조6,000억↑
증가세 1년 2개월만에 최고치
대부분 마이너스통장 대출 상환… "빚 돌려막기 시작 아니냐" 해석


은행의 가계빚 증가세가 1년2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4조6,000억원(모기지 포함)이 증가한 반면 마이너스통장 등의 대출은 늘지 않았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완화되고 기준금리가 낮아지자 저금리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고금리의 빚을 상환하는 '빚 돌려막기'가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8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모기지론 양도 포함)은 536조8,000억원으로 4조6,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6월(4조6,000억원) 이후 1년2개월 만에 가장 많이 늘어난 규모다.

가계대출 증가 요인은 복합적이다. 8월부터 주택대출 규제가 완화됐고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대출자의 부담이 줄면서 은행 문을 두드린 게 첫 번째 요소다. 여기에다 은행이 고정금리대출 비중을 맞추기 위해 7월 초까지 팔던 혼합형 대출상품 특판을 끝내고 주택금융공사가 6월에 내놓은 '5년 주기 금리조정형 적격대출' 판매를 적극 늘린 것도 대출 증가를 이끌었다. 새로운 적격대출 상품은 6월 말까지만 해도 2개 은행이 취급했으나 최근에는 8개 은행에서 판매되고 있다. 한승철 한은 금융시장팀 차장은 "은행 입장에서는 고정금리대출 비중을 맞추기 위해 손해를 보면서 혼합형 대출을 취급하는 것보다 주금공 상품을 취급해 수수료를 받고 고정금리대출 비중도 맞출 수 있어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늘어난 가계대출의 상당 부분은 금리가 더 비싼 마이너스통장대출 등 신용대출 상환에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마이너스통장대출 등의 증가폭은 0원이었다. 2011~2013년 8월 평균 대출 증가액이 1조원인 점을 고려할 때 이례적이다. 한 차장은 "은행의 대출담당자와 얘기해봐도 주택담보대출 일부가 신용대출 상환에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8월 이후 주택담보대출은 은행권이 대부분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8월 한 달간의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순증액은 4조7,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비행권의 대출 증가액은 400억원에 그쳤다. 올해 비은행권의 월평균 대출 증가액(약 5,000억원)에 비해 10분의1도 안 되는 수치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LTV·DTI 기준의 업권별 차이가 사라지면서 상대적으로 대출 금리가 높은 상호금융·보험사·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사 등 비은행권에서 은행권으로 대출을 갈아타거나 신규 대출이 은행권에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증하는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정부의 LTV·DTI 규제 완화로 3·4분기에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더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가계소득 증가 속도에 맞춰 가계부채 증가세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저금리의 여파로 시중통화량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은행의 '통화 및 유동성' 자료를 보면 7월 시중통화량(M2)은 2,013조9,351억원으로 전년보다 6.5% 증가했다. 이는 2010년 12월(7.2%) 이후 3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M2는 현금과 요구불예금(M1),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머니마켓펀드(MMF) 등 언제라도 현금화해 사용할 수 있는 금융자산을 포괄하는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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