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실적이 발표되는 연말이 다가오면서 배당을 놓고 기업들이 고민에 빠져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주주중시 경영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가들을 중심으로 고배당에 대한 압력이 날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배당이 적을 경우 임시주총을 소집해서라도 경영진 교체를 비롯한 주주권리를 행사하겠다는 기관투자가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단 이 같은 주주들의 요구 때문만이 아니라 배당률을 높이는 것은 기업은 물론 증시활성화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최근 외국인 투자비중이 높아지면서 과거에 비해 배당률이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상장기업의 현금 배당금액은 지난 1996년 1조1,000억원에서 2000년에는 3조2,000억원, 2002년에는 4조6,000억원으로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의 배당률은 미국등 선진국은 물론 대만과 같은 경쟁국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시가 배당제가 정착되지 못한 가운데 액면가 배당을 하고 있어 시가 기준 배당률은 극히 낮은 실정이다.
국내 증시가 투자가들로부터 외면 받고, 장기주식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큰 이유 가운데 하나가 낮은 배당률이다. 배당률이 높아야 장기투자가 가능하고 증시가 활성화되어 기업의 안정적인 자금조달 창구로서의 기능도 기대할 수 있다. 시중의 막대한 부동자금을 증시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도 배당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
물론 배당은 기업의 이익에 의해 좌우된다. 기업의 순이익 규모가 커야 현금배당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배당을 많이 하는 것이 반드시 주주이익에 부합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제품이 성숙기에 들어서 투자수요가 크지 않은 기업의 경우 가능한 배당을 많이 하는 것이 주주이익에도 부합되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다만 투자수요가 많은 성장기 기업들의 경우 반드시 고배당이 주주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 경우에는 신규투자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임으로써 결과적으로 주주이익으로 돌아간다는 점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증시에 대한 투자가들의 불신을 해소하고 건전한 증시발전을 위해 정부차원에서도 시가배당제의 확산과 고배당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적인 지원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배당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가 활성화되어야 증시가 안정되고 기업들의 안정적인 자금조달이라는 증시 본연의 기능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