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오리새끼’가 ‘백조’로 변했네.’ 대우인터내셔널의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지사는 채권단에 의해 워크아웃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2000년까지도 ‘철수 대상 1순위 지사’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5~6년이 지난 지금 리야드 지사는 대우인터내셔널의 ‘알짜배기 수출기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해 이 지사의 매출실적은 현지 경기 활성화와 플랜트 산업 호조에 힘입어 2억달러를 넘었다.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 러시아에 진출했던 현대종합상사의 모스크바 지사 역시 2003년 구조조정 한파에 휩쓸려 폐쇄당했지만 지난해 다시 문을 열고 나서 매출실적이 눈에 띄게 급증해 ‘효자지사’로 대접받고 있다. 국가 외환위기 이후 실적 부진 등의 이유로 ‘경영 합리화의 0순위 대상’이던 종합상사의 제3시장 지사들이 ‘미운오리’에서 ‘백조’로 속속 탈바꿈하고 있다. 상당수 지사들은 불과 2~3년 만에 탄탄한 실적기반을 마련하며 연거푸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대우인터내셜 리야드 지사는 폐쇄가 거론되던 2000년까지만 해도 지사 매출이 5,000만달러에 그쳐 운영경비도 뽑기 힘들 정도였지만 지금은 외형이 4배 이상 불어났다. 당시 이 회사의 또 다른 폐쇄 대상이던 나이지리아 라고스 지사 역시 2002년 선박거래로만 6억달러 이상의 실적을 일궈냈다. 이재덕 대우인터내셔널 상무는 “워크아웃에 들어갈 당시 채권단을 설득한 끝에 아프리카ㆍ중동 등 잠재성이 높은 지역을 그나마 유지했다”며 “그때 지점을 아예 없앴으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아찔해진다”고 말했다. 현대종합상사의 이스탄불 지사도 마찬가지다. 86년 설립 이후 2,000만달러에 그쳤던 수주실적이 조금씩 늘더니 올해 2억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불과 4년 만에 10배의 실적을 거둔 스타 지점으로 화려하게 변신했다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89년 개설된 삼성물산 모스크바 지점도 러시아 모라토리움 등으로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다가 2000년 이후 활기를 띠고 있다. 이곳은 나프타ㆍ알루미늄 등을 캐내는 자원소싱 기지이자 현지 밀착형 사업을 펼치며 지난해 5억달러 이상의 매출실적을 거두었다. LG상사 해외지사의 막내격인 카자흐스탄 알마티 지사는 설립 1년도 안돼 큰 건을 터뜨렸다. 진출 이듬해인 2004년 8월 카자흐스탄 컨소시엄과 ADA광구 탐사를 위한 지분인수 계약을 체결하는 쾌거를 거둔 것이다. 김수한 LG상사 상무는 “알마티 지사를 중앙아시아 자원개발의 전초기지로 삼아 향후 지역 내 자원개발 영역을 더욱 넓혀가는 것은 물론 기존 중동 및 동남아시아 지역의 해외자원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종합상사 지사가 해외 곳곳에서 기사회생하다 보니 신규 진출도 잇따르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해 말 체코 프라하에 지사를 설립, 업계 최초로 동부 유럽에 진출했다. 이 회사의 관계자는 “유럽의 공장으로 떠오른 동구에 일찌감치 깃발을 꽂고 신시장 개척에 나선 만큼 회사에서 거는 기대가 그 어느 곳보다 높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