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지라고 자부하던 뉴욕 월가는 올해 망신살이 뻗친 한해였다. 이코노미스트들의 증시 예측은 거의 틀렸고, 내로라는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자들의 집단 소송에 휘말렸다.투자회사들은 지난해 인터넷 회사 상장 과정에서 담합과 부정을 일삼았다는 이유로 감독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9월 11일 테러로 세계무역센터가 붕괴됨으로써 뉴욕 월가는 물론 미국의 자존심이 무너진 것 만큼이나 올해 뉴욕금융시장에서 잘 나가던 사람과 회사가 스캔들과 소송에 휘말렸다.
돈놀음이 주업인 월가 사람들의 가장 큰 치명타는 소득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
뉴욕 주정부의 공식적인 집계에 따르면 올해 월가 종사자들의 연말 보너스는 100억 달러로, 지난해의 143억 달러에 비해 30% 줄었다고 한다. 이는 지난 98년 아시아 위기 이후 처음이다.
증시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 회사에서 쫓겨날지 모르는 파리 목숨이었다. 예를 들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경우 지난 1년동안 7,700명이 해고된 데 이어 6,500명을 또 자르겠다고 발표했다.
누구를 해고하는지도 분명하다. 이익을 내지 못한 부서, 수익률이 낮은 브로커는 새해벽두부터 일자리가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가장 큰 망신은 월가에서 내로라는 예측가들이 올해 미국 경제와 증시 전망을 하나도 못맞추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보자.
가장 객관적인 지수로 평가되고 있는 S&P 500 지수는 연말을 며칠 앞두고 1,150포인트에 머물고 있다.
그런데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을 보면 ▦에드워드 커슈너(UBS 워벅) 1,570 ▦제프리 애플게이트(리먼브러더스) 1,350 ▦애비 코언(골드만 삭스) 1,300~1,425 ▦토마스 갤빈 (CSFB) 1,375 ▦토마스 맥머너스(뱅크오브 어메리카) 1,200 ▦더글러스 클리곳(JP모건) 950등이다. 결국 연말 S&P 500 지수는 가장 인기없는 베어리시(Bearish) 이코노미스트들의 영역으로 떨어진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은 그야말로 수난의 시대였다. '인터넷의 여왕'이라고 불리던 메리 미커는 투자가들의 소송에 휘말려 곤욕을 치렀다.
최고의 애널리스트를 자처하던 헨리 블로젯은 부당한 분석을 했다는 이유로 감독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메릴린치를 떠날 위기에 처해 있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것이 본분이지만, 봉급주는 회사의 투자방향에 다른 의견을 내기 어렵고 한두건 정도 짜고 치는 것도 괜찮지 않는가 하는 안이한 생각이 애널리스트 수난 시대를 자초했던 것이다.
한 나라의 정권도 무너뜨릴 수 있는 파괴력을 가졌다는 신용평가기관들은 에너지 회사의 신용등급 조정 과정에 무리수를 두었고, 철저한 회계감사를 자랑하던 아더 앤더슨도 스스로 범죄 행위를 인정했다.
파산보호신청을 낸 엔론의 경우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는 다이너지와의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까지는 투자등급을 유지해주었다가 협상이 깨지면서 며칠사이에 무려 13등급이나 내리는 오류를 범했다.
신용감시를 게을리 했다는 비난의 화살이 빗발치자 평가기관들은 캘파인, 다이너지등 다른 에너지회사의 등급을 무더기로 낮추어 ?챦은 회사도 신용경색에 빠뜨렸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