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KDB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 “올해 최악의 경우 1조원의 달하는 적자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적자는 피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됐지만 규모는 예상을 뛰어 넘는다.
홍 회장은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근 부진한 실적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산은의 상반기 당기순손실이 3,552억원에 달해 13년 만에 적자를 낼 가능성이 높은데 대한 우려다. 이러한 적자 예상 규모가 큰 이유는 대기업 구조조정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홍 회장은 “2011년 1조원을 상회하던 당기순이익이 1조원 밑으로 떨어진 이유는 금융위기 이후 해운ㆍ조선 등 취약업종의 수익성이 악화된 게 이번에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산은이 정책금융공사와 통합하게 되면 재무구조가 더욱 악화될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지는 등 자본건전이 악화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홍 회장은 BIS비율에 대한 우려는 기우라며 일축했다.
그는 “국제회계기준(IFRS)을 적용하면 정금공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일부가 자본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며 “이 경우엔 오히려 BIS비율이 1% 포인트 올라간다”고 말했다.
또 동양 그룹의 지원을 논의한 청와대 서별관 회의에 대해서는 “9월22일 조원동 경제수석ㆍ신제윤 금융위원장ㆍ최수현 금융감독원장과 만났는데 참석자들이 자연스럽게 오리온이 신용공여 하면 산은이 동양 지원 검토할 수 있느냐고 해서 타 회사의 부채 상환이 목적일 가능성 있을 때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줄기차게 말씀 드렸다”고 해명했다.
산은의 기업 지원 원칙에 대해서는 “유동성 위기에도 단기에 재생 가능하면 충분한 유동성 공급하지만 상당한 기간 구조조정 필요한 기업은 구조조정 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을 역임하는 등의 이유로 낙하산 지적을 받고 있는 홍 회장은“낙하산으로 왔기 때문에 오히려 부채가 없다”고 강조해 이목을 끌었다. 홍 회장은 과거 금산분리 완화를 주장한 논문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철저한 금융감독 조건하에 금산 분리를 완화해야 한다고 썼는데 지금 보니 금융당국 감독기능 강화에 의구심이 들며 금산분리에 많은 의견이 오고 있다”며 에둘러 입장 변화를 밝혔다.
한편 이날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경남은행 인수전 참여에 대해 “정부와 관계없이 기업은행 독자적 판단으로 참여한 것이며 향후 기업은행 민영화될 경우를 대비해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 행장은 김재경 새누리당 의원이 국책은행이 경남은행 인수전에 뛰어는 것은 ‘민영화’가 아닌 ‘국유화’라고 지적하자 “장기적으로 기업은행도 언젠가는 민영화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며 “경남은행 인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키우는 것은 공적 자금 회수 극대화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연말까지 기업은행 지분의 약 19%를 매각 예정이며, 향후 장기적으로 지분 매각을 통해 민영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은행이 은행을 인수하는 것이 적대적 인수ㆍ합병(M&A)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같은 영역의 기업은 인수한다고 모두 적대적 M&A는 아니다”라며 “궁극적으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경남은행 인수전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