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골프' 파문으로 대국민 사과와 함께 사실상 사의를 표명한 이해찬(李海瓚) 총리가 6일 오전 사의표명후 처음으로 언론에모습을 비쳤다.
정부 중앙청사로 출근하는 길에서다. 쥐색 양복 차림의 이 총리는 다소 상기된얼굴에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승용차에서 내린 이 총리는 기다리고 있던 20여명의 취재진을 좌우로 둘러본 뒤 곧바로 청사 계단을 올랐다.
`국민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는 말 그대로 `묵묵부답',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아프리카 순방을 떠나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인사를 하느라 평소 출근시간 보다 한시간가량 늦은 9시23분께 등청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총리가 직접 어떤 말씀을 하실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날 청와대 환송인사에서 노 대통령에게 "잘 다녀오시라. 부재중에국정을 잘 챙기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10시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오후에는 신임 서의택(徐義澤) 행정중심도시건설추진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하는 등 예정된 일정을 소화할예정이다.
총리실측은 또한 노 대통령이 아프리카 순방으로 부재중인 가운데 이 총리가 사의를 표명하고 신임 장관 내정자들의 줄사표가 예정돼 있어 국정공백이 우려된다는지적에 대해서는 크게 괘념치 않는다는 분위기다.
총리실 관계자는 "총리의 거취에 대해서는 현재 전혀 방향이 잡힌 것이 없기 때문에 대통령 부재중 국정현안에 대해서는 평소와 다름없이 챙기시게 될 것"이라며 "국정공백에 대해서는 걱정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의 표명과 함께 총리 주변에서 제기된 이 총리의 건강문제에 대해서는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이 총리가 지난 1989년 위궤양으로 위를 일부 자르는 수술을 받은 뒤 건강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관리해오고 있다"면서 "더욱이 격무의연속인 총리직을 수행하며 피로함을 주변에 호소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도 "이 총리의 건강이 며칠 전부터 급격히 안좋아졌다"며"피로가 누적됐고 아프리카 순방때문에 무리가 온 게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비서실 관계자는 "총리가 원래 혈압이 높은데다 지난달 아프리카 순방과 대정부질문 출석 등을 거치며 다소 심해져 식사에도 채소를 많이 곁들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누적된 피로와 감기 등으로 최근 건강이 안좋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