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케이블TV방송협회 산하 PP협의회는 프로그램 선정성 논란과 관련해 자성과 함께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자율심의에만 기대지 않고 과도한 선정성이 문제가 되거나 청소년 보호 시청시간대 규정을 어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게 협회 차원에서 제재를 가하겠다는 내용이다. 최근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 등으로 케이블TV업계에 쏟아진 여론의 화살을 의식해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어정쩡한 방송 심의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한 PP업체 관계자는 “최근 케이블TV의 선정성이 도를 넘고 있다는 사회적 지적과 함께 철퇴를 가해야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지상파 방송도 선정적인 프로그램이 많다”면서 “유료채널에 지상파 방송에 적용하는 심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현실에 맞질 않다”며 볼멘 목소리를 냈다. ◇유ㆍ무료방송 심의기준 달라야=방송 심의는 KBSㆍMBCㆍSBS 등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ㆍ위성TV 등 유료매체에서 방송되는 프로그램(채널)에 대해 이를 심의하는 것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각 방송사(사업자)가 자율심의를 통해 프로그램 등급을 매겨 방송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옛 방송심의위원회)가 이를 사후에 심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이러한 심의가 매체별 특성과 무관하게 천편일률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 케이블TV업계의 불만을 사고 있다. 방송법에는 매체별 성격을 고려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 방송심의 규정은 유료방송사업자나 지상파 방송사에 거의 비슷하게 적용되고 있는 게 케이블TV업계의 항변이다. 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돈을 내고 시청하는 방송은 시청자의 취향에 맞추면서 청소년보호시간대와 등급을 준수하기만 하면 되는데 케이블TV에 고품질의 방송을 하라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셈”이라며 “지상파 등 무료보편적 매체와 유료매체에서 방송되는 프로그램의 심의는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기본 틀만 지킨다면 최대한의 자율성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얘기이다. ◇잠금 서비스 등 활용=유료매체들이 자율성 보장이나 심의규정의 다원화로 선정성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해결방법은 있다. 프로그램마다 연령대에 맞춰 접근을 차단하면 된다. 실제로 디지털케이블TV와 IPTV 등 디지털매체에서는 시청등급 제한이 가능하다. 디지털방송인 만큼 메뉴에서 19세 이상 관람금지를 설정해 놓으면 비밀번호를 입력할 때에만 방송을 볼 수 있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잠금서비스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 보다 많은 가입자들이 잠금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동시에 사후 심의를 강화해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방송사업자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제재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새로운 매체도 심의해야=방송ㆍ통신이 융합되면서 이전에는 다루지 못했던 영역도 심의의 대상에 포함시켜야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휴대폰으로 볼 수 있는 방송프로그램과 인터넷 방송은 심의의 사각지대에 자리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TV 채널이 사실상 실시간으로 노출되고 있는 휴대폰 방송은 그동안 심의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방송심의에서 제외된 것이다. 또 곰TV 등의 인터넷 방송도 사정은 마찬가지. 곰TV는 한때 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해당방송금지 명령을 받은 프로그램도 버젓이 올리곤 했다. 청소년들에게 해가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오히려 청소년과 가장 가까운 매체를 통해 아무런 제재없이 나돌고 있었던 것이다. 방송업계의 한 관계자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출범과 함께 그동안 심의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이동통신 방송이나 인터넷 방송도 방송심의의 대상에 포함시켜야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