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요일간지 16일자에 '국회의사당을 해체하라'는 이색광고가 실려 화제가 되고 있다.
한 출판사가 낸 이 광고에는 '국민에게 거침 없이 거짓말 하는 의원','으스대기만 하는 의원'등이 많은 것은 위용을 자랑하는 국회의사당이 있기 때문이란 문구와 함께 야외에서 국회가 열리고 있는 사진이 곁들여 있다.
국회 개선방안을 원점에서 생각하자는 취지에서 광고를 냈다는 광고주의 설명이다. 우리에게도 남의 일로만 들리지 않는다.
일본은 경제는 일류지만 정치는 삼류란 점에서 우리나라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이합집산에 파벌정치의 나눠 먹기가 성행하고 있다.
의원들은 각종 이권개입도 부족해 비서의 월급까지도 가로채는 부도덕한 짓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러한 국회의원을 위한 의사당이라면 부지를 팔아 재정적자를 메우고 국회는 대신 공원 학교 등을 순회하는 노천국회를 열고 의원수도 반으로 줄이자고 이 광고는 제안하고 있다.
실현성이 없는 파격적인 제안이지만 얼마나 정치가 엉망이면 이 같은 광고를 내게 됐을 까, 이해가 가는 대목이 없지 않다. 솔직히 우리도 국회가 정쟁을 일삼고 자리다툼을 하는 등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 때는 국민들은 그와 비슷한 마음을 가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정책대결은 말 뿐이다. 경제는 지난 반세기동안 선진국진입을 눈앞에 둘 정도로 발전했으나 정치는 일본처럼 구태의연,정치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일본처럼 '국회의사당을 해체하라'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만도 다행으로 알아야 할 판에 국회가 500억원을 들여 제2의원회관을 짓겠다고 하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국회의원 수는 전보다 20여명이나 줄어들었는데 공간이 협소해 새 건물을 짓겠다는 계획을 납득할 국민은 없다. 일은 안 하면서 '호사'나 하고 싸움만 한다면 '국회의사당을 해체하자'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15대 국회의원 외교활동보고서'를 분석한 바에 의하면 말이 좋아 외교활동이지 관광여행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 정도다.
외국에 나가면 공식일정엔 2~3일 할애하고 나머지는 관광 등으로 소일했다. 지금 임시국회가 개회 중인데도 기다렸다는 듯이 50여명의 의원들이 외유에 나섰다.
회기 중에 전 국회의원의 6분의 1이 자리를 비운 상황을 국회는 국민들에게 설명조차 않고 있다.
이처럼 국회가 국민을 무시하고 정쟁,자리다툼 등을 일삼는 등 정치불안이 계속되면 경제의 발목을 잡기 마련이다. 그 동안 국회의 법안심의가 지연, 경제운영에 지장을 주고 국가신용도에 영향을 미친 예를 많이 봐왔다.
정치가 경제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까닭의 하나다. '국회의사당을 해체하라'는 광고는 일본만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경각심을 일깨운다.
국회는 지금부터라도 정책대결 중심의 상생(相生)의 정치를 해야 한다. 바로 국민을 무서워하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달라는 것이 국민의 요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