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독립 지지 세계확산… 희망도 커져"

아시아위크 특파원, 달라이 라마 3년간 18번 인터뷰
잘 알려지지 않은 티베트 고유 역사·문화 등 담아
달라이 라마 사망땐 티베트인 폭력투쟁 전망도




■ 달라이 라마가 들려주는 티베트 이야기 ■ 토머스 레어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1950년 10월 7일 중국의 인민해방군은 티베트 동부로 진격했다. 현대식 무기로 무장한 4만 명의 중공군은 5,000명의 티베트 병력을 무장해제시킨 뒤 티베트 수도 라사 200km 인근에 주둔한다. 15세의 달라이 라마는 곧장 유엔에 침략 행위를 탄원했다. 하지만 티베트의 요청을 받아들인 나라는 엘살바도르 뿐이었다. 미국은 한국에 진격한 중공군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영국은 식민지 홍콩을 잃지 않기 위해 중국의 눈치를 봤고, 프랑스는 베트남과 알제리를 관리하는데 급급했다.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지 못한 티베트 정부는 1951년 4월 ‘티베트가 중국의 일부라는 내용’을 담은 평화협정서에 강제로 서명해야 했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티베트 독립 요구가 세계 곳곳에서 불거져 나오고 있다. 1959년 3월 10일 8만 여 명의 희생자를 남긴 채 실패로 끝난 독립시위. 그 49주기였던 지난 3월 1,000여 명의 승려,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독립을 외쳤다. 이후 미국, 인도, 네팔 등 세계 각지로 티베트 독립 시위가 번졌고 급기야 평화와 번영을 상징하는 올림픽 성화 봉송이 수난을 겪어야 했다. 세계의 눈이 티베트로 몰린 최근 티베트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책이 발간돼 눈길을 끈다. 저자는 10년 동안 ‘아시아위크’지 네팔특파원으로 근무한 티베트 전문가. 그는 달라이 라마와 3년 동안 18차례 만나 나눈 이야기를 정리해 책에 담았다. 티베트 역사의 기원부터 불교 채택 과정, 역대 달라이 라마들의 업적 등을 순차적으로 정리했다. 그 동안 티베트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려는 노력이 중국 정부에 의해 번번이 좌절됐기 때문에 책은 돋보인다. 필자도 서구학자들마저 훗날 중국 입국에 장애가 된다며 인터뷰를 피해 자료 모으기가 힘들었다고 증언한다. 달라이 라마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겨있는 것도 장점. 달라이 라마는 “우리 역사, 특히 우리 문화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않고 티베트 사람을 만족시키는 해결책이 없다”며 “현재의 중국 헌법 체계 아래서는 티베트가 결코 중화인민공화국의 일부가 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달라이 라마만 제거되면 상황이 해결될 것처럼 인식하는 중국의 시각에도 일침을 놓는다. “인터넷 같은 첨단 기술이 속속 등장하는데 어떤 정부가 그 많은 비밀을 감출 수 있겠습니까? 티베트는 정신이 강하고 외부 세계의 지지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총체적으로 보면 희망이 많은 것입니다.” 저자는 책 말미에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는다. 모두가 원치 않는 우울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달라이 라마는 지지자들이 줄어들 것을 각오하고라도 비폭력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만약 티베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달라이 라마가 죽는다면 젊은 티베트 망명자들은 이슬람 무장단체들처럼 폭력수단을 동원해 완전한 독립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