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 이것만은 고치자] 폭스바겐, 일자리 나누기 대타협… 독일 자동차산업 지속 발전 밑거름

■ 해외 노조 상생 사례
도요타 조립라인 자동화
HP 이익분배제 도입 등
일찌감치 대립관계 탈피
협력적 성장 모델 구축


지난 1993년 당시 세계 4위의 글로벌 자동차 생산업체였던 폭스바겐은 1990년대 초반부터 이어진 자동차 산업 불황으로 매출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폭스바겐은 고민 끝에 인원감축을 단행하고 일부 생산시설을 동유럽으로 이전했다. 위기극복을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여기에다 폭스바겐은 울며 겨자 먹기로 대대적인 추가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렸다. 바로 이 시점에서 폭스바겐 노사는 지혜로운 대타협을 이끌어냈다. 사업장 단위의 종업원평의회와 사용자 간의 노사협정으로 인력감축안을 포기하는 대신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모델에 합의하기로 한 것이다.

이 같은 대타협은 노사 모두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고용을 보장하지만 임금이 줄어드는 내용의 협상은 종전의 중앙집중적이면서도 획일적인 독일 단체협약 구조에서 진행되기 힘든 사안이다.

폭스바겐의 노사 대타협은 독일 자동차 산업이 지속 발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권혁 부산대 교수는 "산별 단위의 단체협약에서 다루지 못하는 세밀한 내용이나 경영정책적 사항에 대해 개별사업장 노사 간 합의는 임금 등 단체협약상 중요한 근로조건의 유연화를 초래했다"며 "독일은 이후 중앙집중적 노사대립 구도에서 벗어나 점차 개별사업장으로 분권화하는 경향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폭스바겐의 노사 대타협 같은 상생의 길은 요원해 보인다. 아직까지 산업단위별 상위노조의 주도로 개별사업장의 특성이나 상황은 배제된 채 교섭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최근 복수노조 설립이 가능해지면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조 간 이합집산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지만 아직 활성화되지는 않았다.

폭스바겐 사례 외에 글로벌 기업들은 일찌감치 경영진과 노조가 협의, 상생할 수 있는 모델들을 만들고 실천해왔다. 휴렛팩커드는 직원들의 자율성과 참여를 보장하고 이미 1940년에 이익분배제도를 도입하는 등 성과공유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도요타자동차도 1990년대에 노사 합동으로 도요타의 기본이념을 제정하고 노사 대표가 참여하는 조립개선간담회를 만들어 최종 조립라인의 자동화를 적극 추진했다. 노사협력에 의한 경영합리화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노사관계 진화를 위해서는 국가경제와 회사의 발전보다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리는 노조의 투쟁적인 문화가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노조는 회사를 함께 이끌어나간다는 인식으로 때로는 구조조정에 이르는 고통분담도 함께 감내해야 한다"면서 "사측과의 대립적 노사관계에서 탈피해 협력적 관계로 성장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조에 대한 경영진의 인식전환도 필요하다. 관료적이고 폐쇄적이며 경영권에만 집착하는 경영진은 노사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노사관계에 대한 경영의 가치와 인식의 전환은 협력적 노사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한 기본전제"라며 "경영진은 노조를 기업경영의 걸림돌이 아닌 동반자로 인식하고 경영정보도 공유하며 노조와 종업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때 더 큰 생산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노사관계의 협력적 전환을 위한 기본정책은 노조를 회사경영의 동반자로 인식하는 틀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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