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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벤처육성책을 수차례에 걸쳐 강조한 것과 관련, 신제윤(사진) 금융위원장이 재정이나 공기업 자금을 기초자본으로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는 형태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깜짝 놀랄 정도로 벤처자본 조성"=신 위원장은 19일 기자들과 만나 "벤처캐피털 규모를 상상을 넘을 정도로 키울 것"이라면서 "(액수는) 깜짝 놀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맞춤형 자금 지원과 벤처뿐 아니라 그걸 넘어서는 것으로 여기가 정책금융 체계의 핵심"이라면서 "어차피 여기는 민간 자금이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마중물 비슷하게 (정부가) 과감하게 들어가볼까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민간이 '매칭 방식'으로 벤처 지원 자금을 만들되 여기에 들어가는 공공기관 등의 자금을 최대한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신용보증기금 등이 들어갈 경우 통상 20배 정도까지 보증 배수를 늘릴 수 있다.
그는 특히 벤처 기업의 초기 투자에서 손실률이 높은 현실에 대해 시각을 바꿀 것을 주문했다. "내가 벤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때문에 조사도 받았는데 감사원이나 국회에서 좀 너그러워야 한다"면서 "벤처는 이게 금(金)인지 저게 금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P-CBO는 신용도가 낮아 채권시장에서 회사채를 직접 발행하기 어려운 기업의 회사채 차환 및 신규 발행을 정책금융기관이 돕는 제도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 중 일부는 회사채 발행 후 자금 회수에서 실패할 수 있지만 소수라도 살아 남아 성공한 벤처기업을 만들 수 있다면 감수해야 하는 손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이를 위해 자금을 집행하는 정부 당국자에 대한 정부나 국회의 감사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공무원이 제일 억울한 것은 선제적으로 (투자) 했는데 아무도 안 알아주는 것"이라면서 "제일 훌륭한 관료는 나타나지도 않게 선제적으로 정리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금융사 선진국 지점 "자녀 위해 생활하는 것"…맥쿼리처럼 벤처정신 가져라=그는 금융권에도 벤처 정신을 가지라고 당부했다. 거창한 말을 앞세워 선진국에 진출하지 말고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신흥시장에 나가야 한다는 주문이다.
신 위원장은 "여태까지는 전부 한국의 골드만삭스를 만들겠다는데 솔직히 어렵다"면서 "골드만삭스는 200년 이상 유럽을 대표해왔고 금융은 신뢰와 네트워크(인맥)이기 때문에 뉴욕이나 런던에 가서 붙어봐야 밀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일부 금융회사가 서구 선진국에 낸 지점을 지칭한 뒤 "심하게 이야기 하면 (직원의) 자녀교육을 위해 가서 생활하고 있다"면서 "우리 금융 상품을 월스트리트에서 팔겠다는 것은 외자 조달창구밖에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가 선례로 들은 것은 호주의 맥쿼리다. 그는 "한국에서 맥쿼리는 고속도로(먹튀논란)로 많은 비난을 받고 있지만 맥쿼리는 우리나라와 아시아에 투자자문과 주선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대기업이 아프리카 가서 냉장고 팔 듯 우리 금융도 미얀마 가서 팔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에 일가견을 지닌 공무원인 신 위원장이지만 오히려 금융권과 공직사회에 진출하려는 젊은이를 우려했다. 그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장사인 은행은 대규모 자본으로 자연 독과점이 될 소지가 많다"면서 "이 업종에 월급이 많아 우수한 인재들이 많은데 젊은이들이 여기나 공무원 같은 안주하는 곳으로 가는 게 걱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