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4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한국은 미국의 통화정책 반전(양적완화 축소)과 이것이 자본시장, 환율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내년도 전 세계 경제상황은 올해에 비해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견고하고도 지속가능한 성장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내년도 한국경제 전망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내년도 경제는 3.7%대의 성장을 이룩할 것으로 본다"면서 "올해와 내년도의 경우 한국 경제성장률 수준은 전 세계 성장률과 동일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내년도 한국 경제는 잠재력 수준에 근접하기에는 조금 부족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박근혜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시간선택제 일자리 정책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그는 "(시간선택제 일자리 정책은) 인구고령화와 저출산이라는 한국 경제의 두 가지 도전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보다 많은 여성들이 경제활동에 참가하게 될 경우 이는 노동력 공급, 소비력 확대 등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결국 가정과 일자리를 양립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길 경우 여성으로서는 더 많은 자녀를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라가르드 총재에게 "지금 한국에서는 시간 선택제 일자리로 하루에 4~5시간만 일해도 종일 일하는 사람들과의 차별을 두지 않고 사회보험도 지급하는 등 정부가 지원에 나서고 있다"면서 "공공부문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민간부문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창조경제에 대해 "창조경제 패러다임 아래에서 혁신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계신 점에 대해서 아주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한국은 교육·혁신·연구개발 측면에 중점을 부여했지만 이번에는 특히 문화의 경제적 측면과 예술적 측면을 부각시킨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창조경제는)교육과 연구개발, 혁신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경제학자들이 간과해왔던 예술과 문화를 부각시킨다는 면에서 한국과 세계(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아주 훌륭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김용 총재를 만나 "한국이 빈곤을 헤치고 성장하는 데는 세계은행과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았는데 이제 세계 빈곤을 퇴치하는 데 세계은행에 협력하게 되고 한국에 GCF 사무소까지 개소하게 돼 감회가 깊고 보람 있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오는 10~12일 한국을 공식 방문하는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창조경제 협력 등 양국 간 경제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다. 박 대통령과 리 총리는 지난 10월 브루나이에서 열린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3 정상회의 당시 양자회담을 가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