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회장 '미래경영의 힘'


LG화학의 2차전지 사업은 순탄하지 않았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LG그룹 내부에서는 2차전지 사업을 포기하는 게 낫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다. 2006년의 경우 적자 규모가 커지자 ‘이제 그만 접어야 한다’는 것이 그룹의 중론이었다. LG화학 2차전지의 오늘을 있게 한 장본인은 바로 구본무 LG그룹 회장이다. 구 회장은 당시 2차 전지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지금이 시작”이라며 과감하게 밀어 부쳤다. LG그룹 고위 관계자는 “그룹 내부에서도 2차전지가 이렇게 효자가 될 줄 몰랐다”며 “당시 2차전지 사업을 접었더라면 현재의 LG화학은 없었을 것이다”고 회고했다. 과거 적자 산업이 효자 산업으로 변신할 수 있었던 데는 바로 구본무 회장의 미래를 내다보는 리더십이 작용했다. 구 회장은 1995년 2월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2005년에는 ‘LG 웨이(way)’를 발표하는 등 먼 미래의 그림을 그리는 데 앞장섰다. 구 회장이 적자 산업을 효자 산업으로 탈바꿈 시킨 사례는 화학의 2차전지뿐만이 아니다. 현재 글로벌 1위와 2위를 다투고 있는 LG디스플레이의 LCD 사업도 그 중 하나다. LG의 LCD 사업은 1987년 R&D를 시작으로 첫 발을 내딛었으나 여러 차례 고비를 맞았다. 특히 LCD 사업이 1995년부터 1998년까지 매해 적자를 기록했고, 그룹 내부에서는 LCD 사업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장치산업 특성상 투자는 매해 수 조원 가량 해야 하고, 반대로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이 왜 필요하냐는 시각이었다. 구본무 회장은 이를 계속 밀어 부쳤다. 적자 상황에서도 매해 지속적인 투자를 단행했고, 그 결실이 현재 나타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의 LCD 사업이 이렇게 커질 수 있었던 이면에는 적자에도 불구하고 단행된 투자가 크게 작용했다”며 “LCD와 2차전지 모두 과거 미운 오리에서 현재는 화려한 백조로 탈바꿈 했다”고 말했다. 미래를 위한 구본무 회장의 도전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그린경영 선포 등을 통해 미래 신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진두지휘 해 나가고 있다. 구 회장은 특히 각 계열사 CEO들에게 ‘강력한 1등 LG 건설’을 강조하며 공격적 행보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본무 회장은 14일 공장 기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기공식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 뒤 특별한 추가 일정 없이 이번 주말 바로 귀국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