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완화하기로 한 것은 기업 현실을 감안한 적절한 조치다. 정부는 배출권 무상할당 및 과태료 하향조정 등의 방향에서 수정한 탄소배출권 거래제 법안을 마련해 다음 임시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배출권 할당의 경우 오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당초 무상 90%, 유상 10%로 계획했던 것을 100% 무상으로 하며 2016년 이후 대통령령으로 정하기로 한 유상 비중도 향후 여건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추진된다. 또 할당량 이상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때 내야 하는 과징금 상한도 당초 이산화탄소 1톤당 100만원에서 10만원으로 대폭 줄어든다. 철강ㆍ석유화학 등 탄소배출량이 많은 업종은 할당제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돈을 주고 사야 하는 배출권 비중을 줄이고 과징금도 낮춰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지구온난화가 초미의 글로벌 이슈로 부상하면서 녹색경제를 빼놓고 지속성장을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떻게 기업과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탄소배출을 줄여나가느냐다. 강도 높은 조치들을 남보다 앞서 도입하면 국제적인 환경논의에서 주도적 입장에 설 수는 있지만 기업의 비용부담 증가로 경쟁력에 문제가 생긴다. 배출권 거래제에 의욕을 보였던 미국ㆍ일본 등이 최근 들어 도입을 연기하거나 포기하는 쪽으로 돌아선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지나치게 앞서갈 경우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특히 탄소배출이 많은 중화학공업의 비중이 높은 우리 산업구조에 비춰볼 때 이런 우려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배출권 거래제가 실시되면 국내 기업들의 추가 부담이 연간 12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민간경제단체들의 분석이기도 하다.
온실가스 배출규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기업들이 제대로 준비할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두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배출권 할당량 및 과징금 조정과 함께 제도시행 시기 자체를 미루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환경부는 당초 계획대로 2013년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다른 나라들의 도입 여부를 보고 시행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기업들도 온실가스 감축을 피할 수 없는 과제로 받아들이고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