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생산해 한국으로 들여온 자동차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원산지 기준에 미달된다며 관세 부과 예비판정을 받았던 도요타자동차가 한숨을 돌렸다. 관세청이 미국 공장 현지조사와 추가 서류 검토를 통해 "원산지 위반 사실이 없다"고 최종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도요타자동차는 예상됐던 100억원 규모의 세금 경감분을 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최종 결정이 오는 25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을 앞둔 시기에 나온 것이어서 "한국이 과도한 원산지 검증을 하고 있다"는 미국의 반발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관세청은 도요타가 지난 2012년 3월부터 2013년 5월까지 미국에서 생산해 수입한 캠리·시에나 등 자동차 9,000여대가 원산지 기준을 충족했다고 도요타 측에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세청 관계자는 "한미 FTA는 자동차 생산 과정에서 35% 이상의 부가가치가 미국에서 발생하면 미국산으로 인정한다"며 "도요타가 추가 제출한 소명자료와 현지 공장 등을 방문조사한 결과 원산지 기준을 충족했다"고 말했다. 관세청은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도요타 미국 공장과 협력업체 3곳에 대한 현장조사를 병행했다.
지난해 10월 관세청은 도요타가 제출한 자료가 원산지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예비결정을 통보했다. 도요타는 2월 추가 소명자료를 제출하며 "인건비 등 일부 항목이 누락돼 예비결정 과정에서 35%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원산지 기준을 위반할 경우 4%의 특혜관세가 아닌 8%를 적용 받는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FTA가 발효된 지 2년 남짓에 불과해 도요타 측이 준비를 하지 못한 기술적인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며 "국내 기업도 준비가 미흡한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문제는 '원산지 기준 위반이 없다'는 최종 결정을 내린 시점이다. 관세청은 "절차에 따라 진행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오바마 대통령 방한을 앞두고 최종 결정이 내렸다는 점에서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우리 측의 예비판정에 대해 "관세청이 과도한 원산지 검증을 하고 있다"며 반발해왔다. 또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의제 가운데 자동차와 금융, 원산지 규정, 관세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혀왔다.
국책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미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하려면 원산지 검증을 완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면서 "압박이 있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