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지고있다"

실적부진·주가하락에 경영진 사임겹쳐 위기‘태양(Sun)이 지고 있다-파이낸셜타임스(FT)’ 마이크로소프트(MS)의 대항군 선(Sun) 마이크로시스템스가 위기에 몰렸다. FT를 비롯한 외국 언론들은 세계적인 컴퓨터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업체인 선이 최근 실적하락과 최고 경영층의 잇단 사임으로 어려움에 빠졌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 회사의 위기를 단순히 정보기술(IT) 산업 침체에 따른 결과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로 진단하고 있다. ◇실적부진에 잇단 경영진 퇴임의 이중고 선의 주가는 지난 8일 6.89달러로 지난 3년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0년 9월 이후 90% 가까이 하락했다. 지난해 7월부터 올 3월까지의 매출도 1년전 140억달러에 비해 35% 줄었다. 이와 함께 비용 절감을 위해 최근 3,900명의 인원을 정리했다. 이런 와중에 선의 2인자인 에드 잰더 사장 겸 운영담당 최고경영자(COO)가 지난 3일 사임의사를 전격 발표, 회사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실제 잰더의 사임까지 합쳐 지난 한달간 4명의 최고 경영층이 선을 떠나겠다고 발표한 상황. 스콧 맥닐리 회장은 잇단 최고경영층의 퇴임발표에 대해 회사의 조직구조를 재편하기 위한 수순일 뿐 이라며 그 의미를 애써 축소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선의 미래를 불투명하다는 점이 이들의 사임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줄어드는 태양의 자리 전문가들은 현 상황이 단순한 경기순환 상 문제 때문이 아닌 구조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선의 주력 품목은 기업에서 사용하는 하드웨어인 서버용 컴퓨터. FT는 고가 제품에서는 IBM에 밀리고 저가 제품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에 점차 시장을 빼앗기면서 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선이 차세대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서버용 소프트웨어인 이른바 미들웨어 부문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선은 MS에 대항하기 위해 자바라는 프로그램 언어를 개발, 호환이 용이한 서버용 소프트웨어 개발의 기반을 마련했다. 그러나 제품화에서는 경쟁업체에 자리를 내 준 상황. 서버용 소프트웨어의 핵심인 ‘웹어플리케이션서버(WAS)’에서 BEA와 IBM이 각각 34%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선 마이크로시스템스는 고작 7%에 그치고 있다. 기초기술은 선이 마련했지만 이를 제품화하는 역량이 부족, 그 열매는 다른 기업들이 따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항하겠다는 목표아래 선이 너무 과욕을 부렸으며, 이에 따른 화(禍)를 현재 입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장순욱기자 swch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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