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부실 사전예방 포석

"경쟁 심해지면 수익·건전성 악화 초래"
과열 주도한 일부 대형銀 모니터링 강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적정성 현장검사


금융감독 당국이 16일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는 은행권 영업경쟁에 대해 지도방안을 내놓은 것은 과도한 대출이 가져올 수 있는 금융 부실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방지하자는 취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울러 이번 지도방안은 가뜩이나 주택시장의 거품론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에서 과열경쟁이 벌어지는 데 대해 감독당국 차원에서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 금융감독원은 아직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은행간 영업 경쟁이 건전성에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감독당국은 앞으로 과열될 경우 수익성 및 건전성 악화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 예방 차원에서 상시감시 및 신용위험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중회 금감원 부원장은 “은행권의 무리한 경쟁이 과거 카드대란이나 소호대출 부실화와 같은 ‘승자의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감독당국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우선 일부 대형은행을 중심으로 외형 확대 및 금리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은행들이 통합신한은행 출범,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 등을 계기로 대형화하는 추세에서 시장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대출 등 외형을 확대하고 있다는 게 금감원의 분석이다. 지난 1ㆍ4분기 중 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은 268조원으로 지난 2005년 말 대비 10조원, 가계대출은 309조9,000억원으로 5조1,000억원 늘어나는 등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또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대출금리 인하경쟁이 일어나고 특판예금 증가로 금리 인상경쟁이 지속되면서 은행의 신규 취급 예대금리차는 2004년 12월 2.11%포인트에서 올 3월에는 1.63%포인트로 축소됐다. 김 부원장은 “특판예금 규모도 올 1ㆍ4분기 9조8,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0% 증가했으며, 특히 하나ㆍ농협ㆍ기업은행의 특판예금 실적이 7조8,000억원으로 은행권 전체에서 80%를 점유했다”면서 “이 같은 경쟁으로 특판예금의 보너스 금리 역시 종전 0.3~0.6% 수준에서 1%포인트 이상 인상됐다”고 지적했다. 김 부원장은 “최근의 은행 경쟁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고 전제, “연체율 및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충당금적립액은 고정이하 여신을 모두 흡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2005년 말 현재 은행권의 고정이하여신 대비 충당금 비율은 가계 부문 138.4%, 중소기업 부문 98.1%로 조사됐다. 또 금감원은 예대마진 역시 신규취급 기준으로 하락하고 있지만 잔액기준으로는 과거와 비슷한 수준이고 순이자마진(NIM)도 올 1ㆍ4분기 중 2.80%로 예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앞으로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될 경우 예대마진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는 물론 자산규모 급증에 따른 신용위험 확대 등 건전성 악화의 부작용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자산증가세가 가파른 은행을 중심으로 한 위험자산 증가 상황 및 리스크 변동에 대한 상시강화, 과열경쟁을 주도하고 있는 일부 대형은행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취급 과정의 적정성 여부 임점검사 실시 등을 통해 은행 건전성 악화를 사전에 예방하겠다는 계획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