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이 본 영화 '마오의 라스트댄서'

"실제 무용수의 삶 사실적으로 그려 중국판 '백야' 보는 듯"


발레열풍을 타고 또 하나의 발레 영화가 개봉한다. 이번엔 동양인 최초로 미국의 5대 발레단인 휴스턴 발레단에 초청돼 수석 무용수로 활약했던 중국의 발레리노 리춘신의 이야기다. 몸동작으로 예술을 표현했던 다른 댄서와 달리 사회주의 체제 아래서 선동의 수단으로 발레를 해오던 주인공이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삶이 바뀌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영국 버밍햄 로얄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인 츠자오가 리춘신을 직접 연기해 실제 발레 공연을 몇 편 본 듯한 느낌을 준다. 무용수의 삶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담겼거나 빼어난 수작은 아니지만 발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저렴한 가격으로 실제 못지 않은 공연을 볼 수 있다. 오는 28일 영화 개봉을 앞두고 최근 용산의 한 극장에서는 국립발레단 무용수 20여명을 초청해 시사회를 열었다. 무용수들은 영화 속 주인공의 춤사위에 실제 공연을 본 듯 박수를 치기도 하고 그들의 과장된 몸짓에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날 시사회에 참석한 국립발레단의 발레리노 정현옥 씨와 함께 영화를 본 감상을 나누었다. ▦영화계 발레 열풍을 이끈 '블랙스완'과는 다른 색깔의 작품이다. 감상은? -영화 '블랙스완'이 예술가의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한 작품이라면 이 작품은 무용수들의 삶을 큰 그림으로 담았다. 이야기가 중국판 '백야' 같기도 했다. 발레리노가 어릴 적 처음으로 발레를 접하고 최고 무용수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이 모두 담겨 있어 섬세하진 않지만 사실적으로 표현된 것 같다. ▦영화 속 배우들의 발레 연기는 어떤가? -실제 영국에서 활동하는 무용수가 주인공이라서 그런지 잘 추더라. 무대 위에서의 표정 연기가 압권이고 특히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공연은 영화를 위해 따로 만든 안무 같았는데 기존 공연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안무여서 굉장히 즐겁게 보았다. ▦무용수의 입장에서 인상 깊게 본 장면은? -어린 리춘신이 원하는 파트너와 함께 춤을 추고 싶어서 선생님 몰래 파트너를 바꾸는 장면이 귀여웠다. 실제 무용수들끼리 연애를 하거나 결혼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더욱 재밌었던 장면이다. 또 전설의 발레리노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의 공연 영상을 보며 연습하는 장면도 흥미로웠다. 우리 윗세대 발레리노들은 공연을 접할 기회가 많이 없어서 그의 영상을 보며 연습했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확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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