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미술의 중심'을 수놓다

백남준·김환기등 한국 대표작가 10명
갤러리 바이엘러-현대 공동기획 '움직이는 시'展 개막



한국의 대표 작가들이 세계 미술계의 거장들과 유럽미술의 중심에 나란히 섰다. 11일(현지시간) 스위스의 예술도시 바젤에서 갤러리 바이엘러(대표 에른스트 바이엘러)와 갤러리 현대(대표 도형태)가 공동으로 기획한 '움직이는 시(Poetry in Motion)'전. 전시에 등장하는 한국 작가들은 백남준ㆍ김환기ㆍ김창열ㆍ정상화ㆍ이우환ㆍ존배ㆍ서세옥ㆍ박서보ㆍ백남준ㆍ신성희ㆍ노상균 등 10명. 3년간 갤러리 현대가 보내준 작가 100여명의 작품 사진과 도록(圖錄)을 보고 갤러리 바이엘러측이 최종적으로 선정한 것이다. 작품을 고른 기준은 작품성(sense of well made), 신선함(fresh and new), 주제성(subjective) 등 세가지. 한국작품 선정을 맡았던 갤러리 바이엘러 디렉터인 클라우디아 노이게바우어씨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미술작품을 시(詩)로 간주한다는 데서 전시 주제를 착안했다"며 "한국 작가들의 감성은 유럽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으며, 가격 또한 적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빛의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보이는 노상균의 '부처'는 기법이 신선하며, 이우환의 '점으로부터'는 시적이며 한국작품 중 가장 인상적"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작가들과 함께 선보이는 해외 거장들로는 독일의 게오르그 바젤리츠, 미국의 알렉산더 칼더, 미국의 샘 프란시스, 독일의 지그마 폴케, 미국의 게르하르트 리히터, 독일의 레베카 호른, 미국의 로이 리히텐스타인 등. 세계 미술계의 내로라하는 최고 작가군(群)이다. 갤러리를 들어서면 백남준의 대표작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2층 전시실로 자리를 옮기면 노상균의 비늘처럼 반짝이는 시퀸(sequins)으로 만든 부처와 서세옥의 수묵추상화 '인간' 연작 그리고 이우환의 '점으로부터' 연작, 서세옥의 '묘법' 연작, 김창열의 '물방울' 연작, 등이 걸려있다. 지하 1층에는 독일 신표현주의의 대가 게오르그 바젤리츠와 미국 팝아티스트의 거장 로버트 라우센버그의 대표작이 노상균의 푸른색 평면작업과 나란히 전시돼 있다. 전시에 3년간 공을 들였다는 도형대 갤러리 현대 대표는 "유럽 최고 갤러리 전시를 통해 세계 미술시장에서 한국 작가들의 위상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유럽과 뉴욕에서 한국작가에 관심을 갖는 갤러리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전시는 갤러리 바이엘르에서 9월 15일까지의 일정을 마치고 갤러리 현대로 자리를 옮겨 10월 2일부터 14일까지 한국 미술 애호가들을 위해 전시를 이어간다. 56년의 역사를 지닌 갤러리 바이엘러는 1969년 바젤 아트페어를 창설, 세계 최고 수준의 아트페어로 키워내면서 문화적 변방에 머물렀던 스위스 바젤을 세계 미술의 중심에 옮겨놓은 주역이기도 하다. 에른스트 바이엘러 대표는 피카소와의 친분으로 다양한 그의 작품을 비롯 폴 세잔, 클로드 모네, 파울 클레 등 모더니즘 대가들의 걸작을 대거 소장하면서 세계 정상급 갤러리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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