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가 미래 먹거리다] <2부> 컬쳐 강소기업이 뛴다 ① 삼지애니메이션

완구에 3D애니 접목… 한국판 디즈니 꿈
IT강국 장점 살려 스토리텔링 등 담아 돈되는 비즈모델 창출
제작 초기 방송국과 협의… 시청률 높이는 작품 만들 것

김수훈

레이디버그

레이디버그

브루미즈

"국내 애니메이션업계는 역사가 짧은 만큼 지난 10년간은 비즈니스 모델을 익히는 학습단계였다면 앞으로는 제대로 수익을 버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봅니다. 삼지애니메이션도 이제 기획 과정부터 글로벌 완구회사, 방송국 등과 함께 손잡아 사업성을 확실히 할 계획입니다."

6일 서울 삼성동 본사에서 만난 김수훈(39ㆍ사진) 삼지애니메이션 대표는 국내 애니메이션업계와 삼지애니메이션의 미래 비전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김 대표는 "국내 업체들은 그동안 수익을 어떻게 내야 하는지 몰라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으나 이제는 내성이 생겼다"며 "특히 애니메이션 쪽에도 최근 정보기술(IT)의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한국의 경쟁력이 크게 좋아졌고 취약했던 스토리텔링 부분도 드라마ㆍ영화 콘텐츠가 발전하면서 이제는 크게 밀리지 않게 됐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삼지애니메이션은 3D애니메이션을 전문으로 기획ㆍ제작하는 국내 최대 창작전문 애니메이션 회사다. 지난 2000년 국내 최초의 3D애니메이션 회사 가운데 하나로 출발해 벌써 임직원 수가 120명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 미취학 아동용 3D애니메이션 TV시리즈를 주로 만들고 아시아 최초로 프랑스와 합작을 시작, 유럽 등 전세계에 창작 애니메이션을 방영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브루미즈', '피쉬앤칩스' 등이 있다.

김 대표는 "대학을 중퇴하고 영화 일을 하다 독학으로 3D기술을 공부해 창업을 했다"며 "당시 3D 기술이 태동기에 있었는데 이 기술을 들고 나오니 초기 기업이라도 경쟁이 가능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삼지는 현재 3D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특히 프랑스 등 해외 파트너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확보하면서 최근에는 이들이 먼저 찾아 오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고 설명했다.

삼지애니메이션이 최근 집중하고 있는 작품은 소녀 히어로가 주인공인 '레이디버그'와 7명의 캐릭터가 모험을 떠나는 '7CS'다. 두 작품 모두 해외 파트너사와 합작 중이며 각각 내년 하반기, 오는 2015년 첫 방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 작품은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완구회사가 참여, 완구 제작에 돌입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완구가 사후적으로 제작돼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애니메이션 방영과 함께 출시되면서 상호 홍보로 시너지 효과가 커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애니메이션은 더 이상 영상 만으로 수익을 내는 것은 한계가 있고 유명 완구 회사와 손을 잡느냐, 안 잡느냐에 따라 수익이 10배 이상 차이 난다"며 "레이디버그와 7SC의 경우 완구 회사가 기획 단계부터 전세계에서 붙은 것은 삼지 입장에서는 처음으로 아마 국내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 프로젝트 가운데는 가장 규모가 큰 사업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은 3D 제작에만 신경 쓰다 보니 사업 측면에서 접근을 잘 못했는데 앞으로는 브루미즈처럼 완구에 강한, 돈 되는 작품에만 집중할 예정"이라며 "방송국과의 관계도 기존처럼 만들어 놓고 방영해달라고 부탁하는 식이 아니라 제작 초기부터 방송국과 협의해 시청률을 계산한 작품을 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금 문제에 대해서는 산업 특성상 수익 회수 기간이 긴 만큼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줄 것을 금융계에 부탁했다. 김 대표는 "애니메이션의 경우 처음 기획부터 실제로 만들어 팔리기까지는 적어도 5~6년의 시간이 걸린다"며 "프랑스, 미국 등에서는 방송국에서 방영하기로 한 제품은 신뢰할 만한 콘텐츠로 판단, 은행이 자금을 관리하며 제작 스케줄에 따라 제때 자금을 수혈하는데 국내 애니메이션업체들도 자금만 제대로 수혈된다면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의 역사는 고작 10여년으로 100년 이상이 된 유럽ㆍ미국, 80년 역사의 일본에 비해 매우 짧지만 최근 IT 기술 발전으로 환경이 크게 바뀌면서 경쟁력을 빠르게 갖추게 됐다"며 "삼지도 장기적으로 디즈니, 드림웍스 등 글로벌 메이저 스튜디오와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