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럼2015] "생물학-건축접목 '숨쉬는 집' 가능"

빅테이블 '지식의 성찬'… ■ 니나 탠던 에피본 창업자
세포 콘셉트, 패션 등 적용… 무궁무진한 신세계 열려
실패 용인하는 문화 주문… 19세 소녀 영어 질의 눈길

니나 탠던 에피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27일 '서울포럼 2015'의 부대행사인 '지식의 성찬'에서 열띤 강의를 하고 있다. /송은석기자

니나 탠던 에피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와 국내 저명 과학계 인사들이 점심을 함께 먹으며 가진 '지식의 성찬'에서는 열띤 질문과 토론이 이어졌다. 탠던 CEO는 질문에 답하느라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할 정도였다.

가장 주목을 끌었던 것은 생물학과 건축을 연계하면 살아 숨 쉬는 집이 탄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탠던 CEO는 전유덕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연구원의 "생물학은 의학과만 연결된다고 생각했는데 건축과 패션·디자인과도 연결할 수 있다는 발상이 놀랍다"는 질문에 "건축 부문에 인간의 세포 콘셉트를 적용하면 집이 자가세포처럼 성장할 수 있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답했다.

탠던 CEO는 인류가 번개를 보고 그 원리를 이용해 전기를 만든 것처럼 인체의 원리를 다른 분야와 융합하면 무궁무진한 세계가 열린다고 논의를 확장시켜나갔다. 그는 "영국 런던에서 패션을 공부하는 한 친구는 생물학을 이용한 신소재 옷을 만들고 있고 인간의 노폐물을 걸러내는 원리를 활용해 폐수를 정화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행사는 탠던 CEO의 강연 일변도가 아니라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소통의 장이기도 했다. 탠던 CEO는 "벤처기업을 창업하고 수백만달러의 펀딩도 받다 보니 '내가 실패하면 어떻게 될까' '부모님을 실망시키면 안 된다' 등의 강박관념에 밤잠도 잘 못 이룬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는 "그래도 벤처기업을 창업하고 펀딩을 받고 연구를 해나가는 것은 실패를 용인해주는 미국의 고유 문화 덕"이라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문화는 어떤가"라고 되물었다.

박항준 인천대 기술지주주식회사 본부장은 "벤처기업을 창업해 6번 실패하고 상장회사도 3개나 상장폐지시켰다. 갖고 있는 명함만 30개나 된다. 부모님 속을 많이 썩였다"며 멋쩍게 답했다. 그는 "신용도도 안 좋고 실패한 경력뿐이지만 그래도 지금은 국립대에서 근무하고 있다. 한국도 이제는 도전정신에 점수를 주는 방향으로 조금씩 바뀌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영 동시통역서비스가 제공된 행사에서 영어로 탠던 CEO와 질의응답을 주고받은 19세 소녀도 있었다. 민혜정 기술지주회사 아이쿠 팀장은 "에피본은 공공 부문에서 펀딩을 주로 받았지만 한국 벤처기업들은 공공 펀딩이 너무 까다롭고 간섭도 많기 때문에 민간지원을 선호한다"며 벤처 생태계 발전을 위해서는 어떤 형태의 펀딩이 활성화돼야 하는지 물었다.

탠던 CEO는 공공·민간 펀딩이 모두 장단점이 있으므로 두 가지가 융합된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공공 펀딩은 규제가 많은 대신 사업이 결실을 얻을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대려주는 장점이 있고 민간 펀딩은 인내심은 적지만 마음대로 연구를 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탠던 CEO는 "에피본도 초기에는 민간의 '스마트머니'를 지원 받았지만 지금은 공공 부문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며 한국 벤처펀딩도 이 두 가지 장점이 융합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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