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동양증권 대표이사
개인투자자들의 시장 참여와 증시 호황기는 궤를 같이한다. 1999년부터 2000년 초반 벤처 붐 당시 상승을 주도했던 주체는 80%가 넘는 거래비중을 차지했던 개인들이었다. 기관화 장세로 대표되는 2000년대 중반의 장기상승 랠리의 본질도 다름아닌 개인들의 펀드투자였다. 이러한 개인들이 주식시장을 외면하고 있다. 올해 8월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거래된 997조원 중 개인이 61%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한 2008년 당시 57%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던 것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간접투자에서도 마찬가지다. 181조원의 펀드판매잔고 가운데 개인이 58%를 차지하고 있으며, 유례없는 호황기를 누리면서 82%까지 상승했던 2007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이탈이 가속화되는 데는 뚜렷한 방향성 없이 표류하고 있는 국내 증시의 현실이 가장 큰 이유가 되겠지만 단기투자의 한계에 봉착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해 개인이 보유한 주식의 시가총액은 303조원인데 비해 매매금액은 2,180조원에 이른다. 700%가 넘는 회전율이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40%와 260%임을 감안한다면 개인들의 투자는 단기적인 성향이 무척 강하다.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단기에 고수익을 얻을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재테크 수단으로 주식투자를 결심한 대부분의 개인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단기적인 주가는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를 반영해가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이유로 왜곡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공포와 탐욕은 그릇된 판단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증시에 참여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정부와 증권사는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일본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최근 일본 증시에서 개인의 참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2분기 개인의 거래대금은 지난해 보다 5배가 증가한 127조엔에 달하고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도 32조엔으로 2000년 IT 버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일본 정부가 아베노믹스라 불리우는 강력한 경기부양책과 함께 주식투자 관련 소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결정한 효과가 크다. 우리나라도 신뢰할 만한 경기부양책을 통해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형성시키고, 세제혜택 등 투자 활성화를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주식을 매수하고 상승만을 바라 보던 과거와 달리 현 주식시장은 다양한 방향성에 따라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상품과 기회가 존재한다. 증권사는 정확한 분석을 통해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투자자들의 접근 채널을 넓혀 준다면 약세장에서도 기대수익률을 보전함으로써 개인의 이탈을 방지할 수 있다.
국내 증시의 주변 환경이 녹록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려울수록 투자자들은 “강세장은 불안의 벽을 타고 오른다(Bull markets climb a wall of worry)"라는 오래된 격언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며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정부가 장기투자를 위한 여건을 마련하고 증권사가 투자 길잡이로 나선다면 개인들도 주식투자를 통해 고복격양(鼓腹擊壤)할 수 있는 시절이 도래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