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문화산책] 소치(Sochi)의 고민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집행위원장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집행위원장
소치(Sochi)는 러시아 최고의 휴양지다.
이곳에는 이오시프 비사리오노비치 스탈린이 자주 찾던 그의 별장 ‘스탈린 대처’가 있다.
블라디미르 블라디미로비치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별장도 이곳에 있다.
지난 6월8일, 미국 조지아주시 아일랜드에서 열린 G8정상회담에 참석했던 푸틴 대통령은 미국에 가기 전과 후, 두 번이나 그의 별장에서 묵었을 정도로 소치를 좋아한다.
소치는 모스크바에서 비행거리로 두시간, 러시아 남단 흑해연안에 위치해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소치의 풍광은 거의 환상적이다.
뒤로는 백설로 뒤덮인 코카서스 산맥의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둘러 있고 앞에는 광활한 흑해의 푸른 바다가 펼쳐 있다.
아들레르, 코스타, 소치, 다고미스 등 네 개의 작은 도시를 아우르는 (큰)소치가 산과 바다를 잇는 145㎞의 긴 해변에 그림처럼 들어서 있다.
공원과 숲이 전체 면적의 4분의3을 차지할 정도로 소치에는 나무가 많다.
위도로는 캐나다의 토론토, 프랑스의 니스와 같지만 흑해의 영향으로 가장 북쪽에 위치한 아열대에 속해 열대와 아열대에서 자라는 온갖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연 평균 15도의 쾌적한 기온은 연간 25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이곳을 찾게 한다.
이곳에는 또 55개소에 달하는 요양소가 있어 심장병이나 피부질환 환자들을 치료한다.
인구 30만명이 살고 있는 소치는 러시아 표현으로 ‘8 sky’, 즉 파라다이스다.
그러나 이곳 주민들의 고민도 심상치 않다.
소득을 관광수입에만 의존해야 하는 이곳 주민들은 우선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곳곳에 도로공사와 빌딩 건축공사가 한창이다.
현재로는 소치보다 터키나 그리스 또는 이탈리아로 여행하는 것이 저렴하기 때문에 이곳을 찾는 관광객 대부분이 러시아 부유층에 속한다.
따라서 그들은 외국관광객이나 러시아의 중산층을 유치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식자층의 고민은 더욱 심각하다.
그들은 개발 붐을 타고 녹지가 훼손되고 공해가 늘어나는 데 대한 걱정이 태산이다.
개발과 환경파괴, 이것은 비단 소치만이 당면해 있는 고민은 아니다.
‘동강’의 사례가 대표하듯 우리도 개발과 환경보호 사이에서 끊임없는 갈등과 투쟁을 오늘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입력시간 : 2004-06-25 15: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