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부진·자금 경색·원화 강세 '3중고'… 내년이 더 걱정

[긴급진단] 중견ㆍ중기 자금상황 어떻기에…
매출 줄고 환율 직격탄에 수출경쟁력 비상
회사채시장 냉각·IPO시장마저 개점휴업
연말연초 자금수요 늘어 부도위험까지



최악까지… 한국 발칵 뒤집힐 위기 닥쳤다
내수부진·자금 경색·원화 강세 '3중고'… 내년이 더 걱정[긴급진단] 중견ㆍ중기 자금상황 어떻기에…매출 줄고 환율 직격탄에 수출경쟁력 비상회사채시장 냉각·IPO시장마저 개점휴업연말연초 자금수요 늘어 부도위험까지

황정원기자 garden@sed.co.kr
윤경환기자 ykh22@sed.co.kr














아래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 없음











#경북의 신재생에너지 기업인 A사는 최근 내수시장 냉각으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업 자체가 미래를 내다본 것인 만큼 이른 시일 내에 내수시장이 발판이 돼줘야 하는데 점차 기대치가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장치산업이라는 점에서 선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자금확보도 쉽지 않다. 증시 상장까지 고려해봤지만 최근 공모시장을 감안할 때 제값을 받기도 어려울 것 같아 망설이고 있다. A사 임원은 "주변에서 현 상황이 지난 외환위기 이후 가장 최악이라는 말을 많이 할 정도"라며 "당장 성장지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정치인들은 복지확대만 주장하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미국시장 수출을 준비하던 중소가구업체 B사는 경기위축 추세와 더불어 최근 원화강세까지 고개를 들자 걱정이 태산이다. 그나마 갖추고 있던 가격경쟁력마저 상실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B사의 임원은 "세계 경제가 계속 안 좋다 보니 해외 업체의 진입을 막으려는 업체 간 담합도 강해지고 미국 정부도 업계의 눈치를 많이 보는 분위기"라며 "그래도 같은 품질에 더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돌파하려고 했지만 최근 환율까지 떨어지다 보니 당초 경영계획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중소업계에 ▦내수부진 ▦회사채 등 자금시장 경색 ▦원화강세라는 3중 태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내수가 좋지 않다 보니 돈이 돌지 않고 금융권 경색으로 자금조달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연말 자금수요가 몰려 하루하루 버티기 힘든 기업이 크게 늘고 있는 것.

특히 17일 원ㆍ달러 환율이 1,072원50전으로 지난해 9월7일 1,071원80전 이후 15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수출 중소업계가 패닉 상태에 빠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런대로 버티고 있는 기업들도 경영계획 수립조차 힘들다며 내년이 걱정이라는 한숨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제조업체 1,500개를 대상으로 중소기업 경기전망조사를 실시한 결과 업황전망을 나타내는 중소기업건강도지수(SBHI)는 88.0으로 기준치(100) 미만을 기록, 내년도 업황이 올해보다 악화될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절반 이상(53.0%)은 내년도 경제상황에 대해 올해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부산의 조선해양 플랜트 업체 C사의 대표는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대기업들의 사정이 좋지 않다 보니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전북지역 기업관계자도 "두산인프라코어ㆍOCI 등 태양광 사업이 어려운 상태에서 연쇄적으로 관련 협력업체들의 수주물량이 줄어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 원화강세로 인한 환율하락은 수출업체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둔화로 수출환경이 악화된 상태에서 수출경쟁력 약화는 치명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중기중앙회가 중소기업 11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환율변동에 따른 중소기업 영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환율 하락세에 대해 중소기업의 88.2%가 어려움을 호소했다. 중소기업들의 2012년도 사업계획 수립시 고려한 환율의 평균은 1,120원62전, 손익분기점 환율은 1,070원49전이었다.

중소ㆍ중견기업들은 원자재 구입, 임금지급, 만기도래에 따른 채무상환 등으로 연말ㆍ연초 자금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부도 위험도 크게 높아지는 형국이다. 수익성 악화와 현금성 자산감소, 매출채권 회수 지연 등으로 재무상황이 악화일로이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신용도가 낮은 중기로서는 회사채 발행도 쉽지 않다. 웅진 사태로 회사채 시장이 꽁꽁 얼어붙어버린 탓이다. 이에 더해 직접조달시장 역시 개점휴업 상태다. 주식시장이 좋지 않자 자금조달을 위해 상장을 검토했던 기업들은 1~2년 뒤로 늦출 태세다.

자금압박이 심해지면서 대다수 중소기업들이 연말 성과급은커녕 송년회조차도 축소하는 분위기다. 정책당국이 자금 선집행에 나설 정도다. 중소기업진흥공단 관계자는 "기업들이 힘들어하고 자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자꾸 나와 다음달부터 정책자금을 집행할 수 있도록 시설투자 기업에 대해 사전 신청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가 강화돼 자금조달 사정이 더욱 빡빡해질 것으로 보여 내년 중소업계의 자금난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중소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올해 실적이 좋지 않은데다 연말에 건전성 확충에 나서면서 알짜 중기에만 돈이 몰리고 힘든 기업은 자금을 구하지 못하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중소업계는 정부가 수출활성화를 위해 환율 변동성 최소화에 힘쓰는 한편 신시장 개척을 위한 해외마케팅 지원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유럽수출 비중이 높은 D업체 대표는 "유럽 시장이 위축되면서 해외 수출이 절반가량 떨어져 올해 목표 실적에 크게 미달했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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