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방사성물질 오염수 유출을 막기 위해 국비를 투입할 예정이란다. 예산투입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이제야 나선다는 데 분노가 치민다. 도대체 동일본대지진(2012년) 발생 이후 지금까지 뭘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바다를 통한 오염이 우려되기에 확산을 막아달라는 한국과 중국의 끈질긴 요구는 쇠 귀에 경 읽기였나 보다.
자국 이익만 중시하는 일본의 작태가 처음은 아니지만 일개 전력회사에만 맡겨온 방사성물질 오염수 유출에 뒤늦게 나선 행위의 밑바닥을 살펴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침략의 역사를 부인하고 미화하면서 자기중심 일변도의 사고가 굳어져 원전사고 처리에 그대로 반영됐기에 그렇다. 과거로부터 내려온 잘못된 습성이 현재 행위에 배어 있다는 얘기다. 미래라고 달라질까.
일본이 뉘우치지 않는 한 편안한 미래는 없다. 지역평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불거진 전범기(욱일기ㆍ旭日旗)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설령 전범기에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더라도 한국과 중국이 침략의 상징으로 여기고 반대한다면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는 게 옳다. 일본은 왜 '문제 없는 욱일기'의 사용을 베이징올림픽 일본인 응원단에 자제하라고 요구했는지 자문할 일이다.
한국과 중국을 무시하지 않고서는 납득할 수 없는 망언과 망동 시리즈로 인한 피해는 궁극적으로 일본에 돌아갈 터이지만 동북아 국제질서 유지에도 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한국동란 이후 지속돼온 미국을 축으로 삼는 한미일 간접삼각동맹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일본의 극우화를 국제사회가 방관해서는 안 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본 집권세력이 획책하는 극우화는 일시적으로 당파의 정치적 이익을 안겨주고 민족감정을 자극해 국민의 결집력을 높일 수 있을지는 모르나 동북화 평화를 위협하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불량국가로 돌아가려는 일본의 폭주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