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은 3조7,000억원에 그쳤으나 하반기 들어서는 4조2,000억원으로 증가했습니다. 대외 불안 확산으로 증시가 많이 꺾였지만 대외 불안 요인이 해소되면 시장이 다시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경수(사진)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15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조찬간담회에서 최근 증시 부진에도 불구하고 늘고 있는 거래대금을 강조하며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최 이사장은 "신규 상장 기업도 지난해에는 유가 상장 기업이 3개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0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전체 상장 금액도 지난해 1조원대에서 올해는 4조4,000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시장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다"고 강조했다.
최 이사장의 말대로 최근 9~10월 두 달간 폭락장에서도 증시 활력의 척도로 여겨지는 거래대금은 오히려 늘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월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4월 3조5,734억원으로 저점을 기록한 후 이달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7월 이후부터는 계속해서 월평균 4조원을 웃돌고 있다.
거래대금 증가는 일단 증시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그동안은 증시에서 거래 자체가 안됐는데 최근 들어 거래대금이 증가한다는 것은 증시에 대한 기대가 살아나고 있다는 의미"라며 "통상 거래대금 증가는 지수 상승 국면에서 나타나는데 최근 지수 하락 국면에서도 거래대금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증시 전반적인 심리개선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이어 "그동안 지수가 많이 빠져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밑도는 등 가격 측면에서 매력적인 상황"이라며 "연기금이나 외국인의 경우 저평가 국면에서 매수세로 돌아서는 경향이 있는 만큼 더 빠지면 들어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거래대금이 늘어나는 것은 사려고 하는 쪽과 파려고 하는 쪽의 의지가 있기 때문"이라며 "이는 투자자들이 시장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이어 "거래대금은 지수 반등의 전제 조건"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거래대금과 함께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변수는 주식형 펀드 자금의 움직임으로 지수가 2,000이 깨지고 난 후 주식형 펀드 자금이 유출에서 유입으로 전환됐다"고 강조했다. 이는 투신권도 시장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특히 최근 거래대금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 고액 투자자들의 직접 투자 증가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조 연구원은 "3월 말 13조6,000억원 수준이었던 고객예탁금은 현재 17조1,000억원 수준으로 22.5%나 증가했으며 개인의 매매비중도 6월 저점(42.2%)을 기점으로 지난달에는 46.5%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실제 9월 이후 이날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7,000억원을 내다 팔았지만 개인은 1조2,000억원을 순매수했다.
단일순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시황분석팀장은 "글로벌 악재와 기업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거래가 줄지 않고 늘어난다는 것은 초이노믹스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앞으로 기업들이 배당을 확대하고 액면 분할을 통해 개인투자자들이 증시로 유입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다면 증시 상승세가 힘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