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불안해지자 기업들이 투자는 하지 않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현금만 잔뜩 움켜쥐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우리나라 제조업체 현급보유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제조기업이 보유한 현금(만기 1년이내 단기금융상품 포함)은 전년 말보다 41%(13조4,000억원)나 급증한 46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제조업 전체 자산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말 현재 7.9%로 전년말(6%)에 비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국내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이 크게 늘어난 반면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 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데 따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지나친 현금 보유는 기회비용을 동반해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투자부진이 장기화할 경우 성장잠재력을 저하시켜 경기침체를 유발하고 다시 투자가 위축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비제조업을 포함한 전체 국내기업의 예금(요구불예금+저축성예금) 잔액은 지난해 말 125조3,000억원으로 전년말에 비해 10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외환위기 직전인 97년 말의 2.5배 수준이다. 기업의 현금과 예금은 외환위기 직전인 97년말 45조8,000억원, 98년말 56조1,000억원, 99년말 82조8,000억원, 2000년말 105조1,000억원, 2001년말 115조8,000억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
<성화용기자 sh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