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률시장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것은 매년 미전역의 250여개에 달하는 로스쿨에서 검증받은 양질의 변호사를 배출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로스쿨이 한 해에만 5만여명의 신규 변호사를 쏟아 내고 있으며 미국 전체 변호사수는 2004년말 현재 96만여명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변호사 합격자 수가 몇 백명만 늘어도 대한변협 등 관련 단체에서 변호사가 많아지면 영업 환경이 열악해 진다느니, 질이 떨어진다느니 하며 아우성을 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미국은 지난 200여년간 축적된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 로스쿨은 시장의 공급자로서 새로운 법 영역을 끊임없이 창출하며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역동적이고 양질의 변호사를 배출한다. 이렇게 배출된 변호사는 업계는 물론 학계, 행정 입법 사법 등 사회 전 분야에서 소화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사법부 뿐 아니라 입법부나 행정부에서도 수 만 명의 변호사들이 연방 또는 주정부의 공무원으로서 입법ㆍ행정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로스쿨 교수들은 실무경험이 있건 없건 거의 전부가 변호사 자격을 갖고 있으며 상당수는 각종 법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변호사 일을 겸직으로 하고 있다. 교수들중 일부는 종종 판사가 되기도 한다. 국회의원 등 정치가, 고위 공직자, 각종 위원회 위원 대부분은 로스쿨 졸업생으로 채워지고 있으며 이들은 공직을 마치고 변호사 활동을 하거나 로펌 등에 적을 두고 로비스트로 활동하는게 일반적인 추세다.
반면 우리와 비슷한 사법시험 구조의 일본은 지난해부터 로스쿨을 도입했지만 로스쿨 시험과 함께 구 사법시험 제도도 병존시켜 문제가 되고 있다. 문부성(우리나라의 교육부)이 로스쿨 인가 과정서 로스쿨 인원을 당초 예상정원을 훌쩍 뛰어넘음으로써 로스쿨 수료자의 70~80%를 변호사시험에 합격시키도록 한다는 정부의 목표는 물 건너갔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로스쿨에서 비싼 학비를 내고 3년 과정을 수료해도 상당수가 변호사가 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는 고급 인력의 낭비이자 국가적 손실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 사법제도개혁위원회가 계획하고 있는 2010년의 변호사 합격자 수는 3,000명선이다. 로스쿨 수료자 합격률을 70~80%로 가정하면 로스쿨의 적정정원은 3,700~4,300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문부성은 로스쿨 인가를 신청한 72개 대학 중 66개교를 인가, 이들 학교의 총정원이 5,430명에 달해 적정예상인원을 훨씬 초과한 상태다.
문부성은 로스쿨을 충분히 허용함으로써 본래 취지인 경쟁을 통한 질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로스쿨을 인가하고도 제 3자 평가를 통해 자격 유지가 힘들 경우 과감히 퇴출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자율 경쟁과 이에 따른 도태가 이론적으로 가능하겠지만 과연 인가를 해주고 나서 잡음 없이 퇴출이 가능하겠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시장을 통한 경쟁 원리의 도입이냐, 아니면 적정한 규제를 통한 국가 자원의 효율적 관리냐 사이에서 일본은 불안한 시험대에 올라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