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8,200만명의 유권자가 참여하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유럽연합(EU)의 경제정책에 거부감을 표시해온 좌우 극단세력이 약진했다. 25일 치러진 선거 결과 프랑스에서는 극우파인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전선(NF)이 1위를 기록했고 영국에서는 극우성향의 영국독립당(UKIP)이 가장 많이 득표했다. 폴란드와 헝가리 등 동유럽에서도 여성의 투표권 제한과 유대인 추방 등 과격한 주장을 펴온 정당들이 급부상했고 그리스에서는 EU의 긴축압박에 반대하는 급진좌파연합(시리자)가 승리했다. 유럽 전역에서 좌와 우를 불문한 반(反)EU 정서가 확인된 셈이다.
유럽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EU 통합에 대한 역풍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 이후 EU 집행위원장과 정상회의 상임의장, 유럽의회 의장 등이 새롭게 뽑히는 과정에서 반EU파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EU 통합정책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본 프랑스에서까지 극우정당이 승리한 것은 EU가 추진 중인 재정·금융 통합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동유럽 국가들의 경우 EU에 대한 반대를 넘어 무관심을 드러냄에 따라 EU의 신규 가입국 확대 노력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극단세력이 유럽 정치를 강타한 배경에는 경제가 있었다. "반EU를 내세운 포퓰리스트 정당들의 약진은 EU의 과도한 개입에 대한 거부감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이코노미스트' 최근호의 지적이 한치도 틀리지 않았던 셈이다. 유로존의 재정·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EU가 위기국가들에 과도한 긴축을 요구함으로써 EU 시민의 복지혜택을 축소한 것도 평소 EU를 증오한다는 공통점밖에 없던 극단의 정당들을 연합세력으로 키운 꼴이 됐다. EU 경제가 이제 막 경기회복의 초입에 들어설 참에 뜻하지 않은 극단주의 포퓰리즘의 역풍으로 EU 정치지형도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