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부촌지도가 바뀌고 있다. 대구광역시 아파트 가격이 지난해 처음으로 인천광역시를 뛰어넘은 후 격차를 더욱 벌리며 지방 최고가 아파트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 추세다. 세종특별시와 울산광역시까지 인천을 바짝 추격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축이 수도권에서 점차 지방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7일 서울경제신문이 부동산114에 의뢰해 전국 아파트값을 분석한 결과 대구 등 지방 아파트 가격이 무섭게 상승하면서 수도권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일 기준 대구의 아파트 가구당 평균가격은 2억6,044만원으로 서울(5억4,139만원)과 경기(2억9,696만원)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가격이 높았다. 대구의 아파트값은 2013년(2억1,695만원)만 해도 부산(2억3,562만원), 인천(2억2,999만원)에 비해 낮았지만 불과 2년 사이에 지방 아파트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는 대구 아파트값이 매년 놀라운 상승세를 거듭한 결과다. 2013년 한 해 가구당 평균가격이 2,480만원 오른 데 이어 지난해 2,768만원, 올해는 1,581만원 뛰었다. 같은 기간 경기·인천 지역이 매년 500만원 안팎의 등락을 거듭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대구와 인천의 아파트값 격차는 지난해 756만원에서 올해 1,709만원으로 더 벌어졌다.
반면 인천은 세종시와 울산시에도 위협 받고 있다. 올해 인천 아파트의 가구당 평균가격은 2억4,335만원으로 세종(2억4,066만원), 울산(2억3,246만원)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투자·학군수요가 지방 집값 견인=지방 아파트값의 강세는 투자수요와 학군수요가 맞물린 결과라는 게 일선 부동산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도권 아파트에 몰두했던 투자자들이 지방으로 눈을 돌리면서 청약 열풍과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지방의 경우 그동안 수도권에 비해 새 아파트 공급이 적어 수요가 꾸준히 누적된 탓도 크다는 분석이다. 장용훈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부산을 중심으로 1차 가격 상승이 일어났고 이어 대구에서 2차 상승이 있었다"며 "분양시장에 집중하던 외부 투자자들이 기존 중소형 주택까지 매입에 나서면서 신규와 재고 아파트의 가격 상승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 아파트값 상승은 '제2의 대치동'을 꿈꾸는 학군의 역할도 크게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곳이 대구 수성구 일대다. 경신고·대륜고·경북고 등 우수 학교들이 포진한 이 지역은 아파트 3.3㎡당 매매가가 지방 최초로 1,000만원을 돌파했고 가구당 매매가도 3억6,875만원에 이른다. 부산 역시 우수 학군으로 인정받는 동래구(2억7,125만원), 수영구(3억3,128만원), 해운대구(3억1,559만원)가 매년 가격 상승을 거듭하며 지방 최고 수준의 집값을 기록하고 있다. 이 밖에 명문 학교와 학원들이 밀집해 있는 울산 남구(2억6,415만원), 대전 유성구(2억7,433만원) 등이 학부모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면서 지역 내 가장 높은 집값을 형성하고 있다.
◇지방 상승세 속 부촌지도 전망은=업계 전문가들은 지방 아파트값의 상승으로 부촌지도가 변화하는 양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면서도 향후 투자자들의 움직임을 관건으로 꼽는다. 지방의 경우 금융위기 이후 침체에 빠졌던 수도권에 비해 상승여력이 많아 매력적인 시장이었지만 최근 들어 공급 과잉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구·부산 등지에서 역대 최고 청약경쟁률을 보인 단지가 잇따라 등장하는 현상은 투기세력이 극성을 부리며 생긴 거품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는 상황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최근 3년 사이 지방에 공급된 물량들은 지역 수요자 외에 외부 투자자들이 유입되면서 소화됐지만 입주가 본격화하면 실수요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올 하반기나 내년부터는 지방 역시 가격 급등기를 벗어나 일정 부분 안정세를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