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

대체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년퇴직을 하면 인생의 종말이 온 것처럼 절망하는 경향이 있다. 정년퇴직한 뒤의 선배를 1~2년 후에 만나보면 그전보다 훨씬 늙어 보이고 건강도 좋지 않아 보이는 것이 우리를 안쓰럽게 한다.미국에서는 정년에 대한 인식이 우리하고는 정반대인 것 같다. 그들은 정년 후의 자유롭고 풍요로운 생활을 위해 그들의 전인생을 통해 설계하고 준비하고 저축하는 것이다. 그들의 인생에서 성공의 척도는 사회적인 입신출세보다 누가 빨리 은퇴하여 자유롭고 풍요로운 은퇴생활을 즐길 수 있는지에 달려 있는 것 같다. 필자가 외환은행 LA지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외환은행의 현지법인인 가주(加州) 외환은행에 정년을 앞둔 미국인 중역이 있었다. 매월 이사회에서 만나기 때문에 정년을 앞두고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을 것 같아서 위로의 말을 하니 본인은 정반대였다. 군대에서 제대를 앞둔 사병처럼 자기는 졍년을 하루하루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느냐고 물으니 지금부터 풍요롭게 남의 눈치 볼 것 없이 인생을 즐기는 황금시대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정년이 되면 국가에서 주는 국민연금과 직장에서 주는 연금이 일반적으로 월 2,000달러 이상이니 이 돈으로 충분히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30년 기간의 주택연불대출을 전액 상환했으니 자기 주택을 매각하면 도시의 경우 일반적으로 평균 30만달러 정도의 목돈이 생기므로 이 여유돈으로 시설좋은 실버 타운에 월세로 이사를 가고 앞으로는 여행이나 하며 스트레스 없는 자유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경우 자식들은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독립했으므로 미국 전체 중산층의 중간정도였다. 우리도 미국처럼 여러 가지 연금·주택금융 등 제도적인 면을 조금만 개선하면 정년 후의 인생을 즐길 수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자식을 위해 모든것을 희생하고 노후에 자식들에게 의지하려는 사고방식을 바꾸고 정년은 인생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인식만 가질 수 있다면 우리도 정년 후 황금시대를 누릴 수 있다. <한종원 중앙종금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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