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네오세미테크 사태를 막기 위해 증시 우회상장의 문턱이 대폭 높아진다. 앞으로 우회상장을 하려면 금융감독당국이 지정한 감사인으로부터 회계 감사를 받아야 하는 등 신규상장 수준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본지 9월2일자 1면 참조 자본시장연구원은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KRX)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우회상장 관리제도 선진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앞으로는 우회상장 기업도 신규상장 기업처럼 금융감독원에서 지정한 외부감사인으로부터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 그동안 우회상장은 지정감사인 제도가 도입되지 않아 네오세미테크의 경우처럼 비상장 기업의 회계처리가 부적절하게 이뤄져 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외형요건만 형식적으로 따지다 보니 부실기업이 증시에 진입해 시장 건전성을 해치는 사례가 빈번했던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늘어나고 있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도 사실상 우회상장로 간주하고 SPAC이 합병하려는 비상장기업에 대해서도 지정감사인을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우회상장의 규제대상도 확대된다. 앞으로는 기업 지배권이 변동되고 상장효과가 발생할 경우는 모두 우회상장으로 보고 규제할 방침이다. 그동안은 합병, 주식교환, 주식스왑, 영업양수, 지분출자 등 5개 모델만 우회상장으로 봐왔다. 심사도 강화된다. 그동안 재무요건 등 형식적인 요건만 심사했던 것에서 ‘질적심사’단계를 만들 계획이다. 이를 통해 대부업과 사치∙향락사업 등 사회발전을 저해하는 업종을 제한하고 내부통제기준과 사업 전망 등도 심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상장기업의 덩치가 크더라도 업종이 변하지 않는 등 실질적인 인수합병(M&A)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우회상장으로 보지 않아 규제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불량 우회상장은 단속하되 건전한 M&A는 장려하겠다는 것이다. 비상장기업의 가치가 고평가 되는 것도 방지할 계획이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상장기업의 가치에 ‘거품’이 낀 상태에서 상장이 되면 증시로 거품이 이전되고 기존 상장법인 주주들의 주식가치도 희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막기 위해 금융당국은 최초 합병가치를 산정할 때 ‘기업위험’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가액 산정 기준 중 하나인 수익가치 계산 방법에서 ‘분모’가 되는 자본환원율을 차등적으로 적용하겠다는 것.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4대 시중은행의 1년 정기예금 최저이율 평균치의 1.5배인 자본환원율을 모든 기업에 ‘일괄적용’했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리스크를 반영해 차별적으로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날 공청회에서 거론된 방안을 토대로 최종 우회상장 개선안을 확정해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