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국 경제상황 악화로, 달러화 강세도 한 몫유럽연합(EU)의 통합 통화인 유로화가 지속적인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유로화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 당 86.5센트(0.8650 달러)를 기록,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조만간 유로당 86센트도 붕괴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유로화는 엔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3일 엔화에 대한 유로화의 환율은 105.73엔을 기록했는데, 이는 올들어 지난 2월 26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유로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는 것은 타이밍을 잘못 잡은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인하, 독일을 비롯한 회원국들의 경제상황 악화 등에 의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ECB는 지난 10일 0.25%포인트의 금리를 인하하는 주요 배경의 하나로 통화공급 증가율 둔화를 들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생각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것. 그러나 ECB의 금리인하 후 발표된 유로권의 물가상승률은 억제 목표치인 2%를 훨씬 넘겨 2년 반 만에 가장 높은 2.9%에 달했다.
특히 독일을 비롯한 회원국의 경제상황 악화는 유로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올해 경제 성장율 목표치인 2% 달성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으며, 최근 발표된 4월중 기업신뢰지수는 지난 1999년 5월의 93.9 이후 가장 낮은 92.5로 하락했다.
또한 프랑스의 4월 소비지출은 기대했던 것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으며, 이탈리아 역시 빠른 물가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모건스탠리캐피털지수(MSCI) 산정방식 변경에 따라 27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유출이 예상되고 있는 점도 유로화 약세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미국이 ECB 지원의 일환으로 현재의 달러 강세를 다소 완화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란 기대 역시 "현재의 환율에 별 문제가 없다"는 폴 오닐 미국 재무장관의 언급으로 사그라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당분간 유로화의 가치 하락은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구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