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으나 과징금을 600억원이나 줄인 것으로 밝혀졌다.
조만간 LPGㆍ소주ㆍ우유 업체, 이동통신사, 대형 종합병원 등이 담합 혹은 불공정행위로 줄줄이 공정위의 칼날 앞에 설 예정이어서 자연스럽게 그 '비결(?)'에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7일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지난 3월 중순 자동차 대리점에 자사 부품만 판매하도록 강요하는 등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과징금 150억원을 부과 받았다.
당시 공정위는 현대모비스의 임의적 조정과징금을 751억원으로 산정했다 전원회의를 거쳐 막판 150억원으로 애초 금액의 80%나 과징금을 깎아준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과징금을 부과할 때 '기본과징금 산정→의무적 조정과징금 산정→임의적 조정과징금 산정→부과과징금(최종) 결정' 단계를 밟는데 현대모비스의 경우 경쟁제한 행위로 소비자 피해가 크다는 판단 아래 최종 결정이 이뤄지기 전까지만 해도 과징금이 700억원을 넘었다.
그렇다면 과징금을 이렇게 대폭 낮춘 비결은 무엇일까. 현행 공정거래법 시행령 61조는 최종 과징금을 산정할 때 '50% 이내 감면' 또는 '면제' 등 두 가지 기준만 있는데 전자는 '위반사업자의 현실적 부담능력이나 그 위반행위가 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고려해 현저히 과중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이고 후자는 '위반사업자가 속한 시장 또는 산업의 객관적 사정이나 여건이 급격한 변화가 있을 때'이다.
현대모비스는 올 1ㆍ4분기 영업이익 등 실적이 지난해보다 개선됐지만 올 초까지만 해도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이 절정에 달했고 더욱이 자동차 산업이 위기의 한복판에 서 있다는 점을 경쟁당국에 집중적으로 내세웠다.
'금융위기'가 이른바 '시장 여건의 급격한 변화'라는 점을 적극 활용, 공정법상의 '면제'까지 받을 수 있는 기준이라고 공정위 위원들을 설득한 것이다.
이와 함께 조사기간 중 공정위가 지적한 법 위반행위를 자진 시정하며 과징금 감면과 함께 위원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으려 애썼다. 이에 따라 '면제'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이에 준할 정도의 과징금 삭감 조치를 받아내는 데 성공한 셈이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조사 초기 현대모비스가 조사방해 등의 문제를 일으켰지만 이후에는 적극 협조하며 자진 시정에 나서 처벌수위가 낮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