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창간39돌/증권.투신] '유니버설 뱅크'로 거듭나야
입력 1999.08.01 00:00:00
수정
1999.08.01 00:00:00
증시는 대세상승 국면을 지속하고 있다. 기업 및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으로 우리경제의 경쟁력과 신뢰도가 제고되고 있고, 저금리기조 정착에 따라 투자자금의 증권시장에 대한 선호도 역시 증대되고 있다. 비록 기업구조조정 문제로 증시가 일시적으로 타격을 받는 조정기를 거칠수는 있지만 대세는 거스를수 없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이에따라 국내 증시는 올해와 내년은 물론 2000년 이후에도 3~4년간 연평균 30~50%의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을 시현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자본시장이 완전 개방됨에 따라 당장 해외 유수의 금융기관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 또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내 증권산업의 경영 및 영업형태는 물론 시장제도의 선진화도 유도해 내야 한다.
증권업계의 최고경영자와 금융당국의 고위관계자로 부터 21세기 증권산업이 나가야 할 길과 정책과제에 대해 들어본다.【편집자 주】
■때:7월 20일 오후 4시
■장소:한국일보 본관 13층 송현클럽
■참석자:金鍾煥 대한투신사장, 吳浩洙 LG증권사장, 李容根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가나다 순)
▲金鍾煥사장=최근 인터넷이 증권·투신업계의 영업방식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습니다. 인터넷 이용자수가 급증하면서 지난해 300억원이던 국내 인터넷시장이 올해 600억원, 그리고 2005년에는 2조원 이상으로 급성장할 전망입니다.
▲吳浩洙사장=컴퓨터 환경이 개선되면서 인터넷을 통한 주식거래가 시작된 지 불과 1년도 안돼 지난 5월 사이버거래 비중이 전체의 12.5%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비율입니다.
최근 사이버거래가 폭증하면서 일부 증권사가 거래수수료를 손익분기점인 0.1% 이하로 낮추고 있습니다. 정해진 수순이긴 하지만 수수료 인하가 일반 수수료까지 이어지면 경쟁력없는 증권사는 퇴출되는 증권산업의 빅뱅이 일어날 것입니다.
▲李容根부위원장=사이버거래는 편리하고 수수료가 저렴한 장점이 있지만 부실거래의 가능성 또한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어느 수준에서는 사이버거래의 한계가 드러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선진 자본시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채권시가평가제의 도입이 필요합니다. 한마디로 채권가격을 매일매일 시장가격에 맞게 평가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거죠. 투자자도 이제는 투신의 채권상품이 저축수단이 아니라 손실도 볼 수 있는 투자수단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金사장=주식이든 채권이든 시가평가를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과거 발행·유통시장이 미숙하고 보증 회사채가 만연해 시가평가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 이후 무보증 회사채가 대다수를 이루고 있고, 신용평가기법도 발달하고 있어 채권시가평가 정착의 토대가 마련됐다고 봅니다.
▲吳사장=저금리기조가 지속돼야 채권시가평가제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을 것입니다. 투자자도 이제는 단기투자에 집착하지 말고 장기투자 위주로 전환해야 합니다.
▲李부위원장=최근 금융산업간 경계가 모호한 파생상품이 나오면서 증권, 보험, 은행의 벽이 자연스럽게 무너지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새로운 시장환경에 맞춰 시장시스템이 원활히 작동될 수 있도록 시장규율을 정립하는 동시에 업종간 경쟁여건이 동일하도록 만들 계획입니다.예컨대 증권사와 투신사의 수익증권 판매 조건 똑같아야 한다는 겁니다. 이와함께 투자자가 어느 금융기관에 가든 똑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투자자 보호를 더욱 강화할 것입니다.
▲金사장=최근 투신업계의 핫이슈는 개방형 뮤추얼펀드 도입입니다. 개방형 뮤추얼펀드 도입으로 기존 투신시장이 위협받을 것이란 얘기죠. 그러나 기존 투신사는 운용 노하우, 펀드매니저 지원시스템 등이 잘 갖춰져 있는 반면 뮤추얼펀드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미비해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입니다. 유명 펀드매니저 한 사람만 잘한다고 되는게 아닙니다.
▲李부위원장=금융당국은 개방형 뮤추얼펀드가 기존 주식형펀드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 도입을 연기하고 있습니다. 개방형 뮤추얼펀드가 주식형펀드 시장을 상당부분 잠식할 수 있고, 이럴 경우 부실 투신사의 경영정상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가지 상황을 참작, 도입시기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습니다.
▲吳사장=최근 직접금융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기업은 회사채 발행으로 안정자금 조달이 가능하고 증자로 이자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때문입니다.
대기업이 부채비율 200%를 맞추려면 증자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회사채도 CB(전환사채)나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 다양한 형태로 투자자 욕구를 맞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본시장이 아직 성숙돼 있지않아 국내 기업의 해외 DR발행이나 CB발행 주선을 외국 금융기관에 내주고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우리도 투자은행을 빨리 육성해야합니다.
▲李부위원장=자본시장이 커지면서 증권, 투신 등 기관투자가에 대한 감시기능 강화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자산운용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특정기업에 자금이 편중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 발전과정에서 발생할 수 잇는 금융권간의 이해상충 문제를 해소하는 동시에 기관의 지배구조 개선에 주력할 것입니다. 사외이사, 컴플라이언스 구축 등 내부통제 장치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吳사장=지난 80년대 이후 국제 금융시장은 규제완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국제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습니다. 이미 굿모닝증권 등 일부 증권사에 외국자본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같은 외국의 지분참여는 더욱 확대될 것입니다.
국내 증권사가 외국증권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인수합병을 통한 대형화 유도, 선진 금융기법의 도입, 외국 대형증권사와의 전략적 제휴, 차별화된 서비스 개발 등이 이뤄져야 합니다.
▲金사장=국제화와 관련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외국회사의 국내 상륙에 어떻게 대응하느냐 못지 않게 우리가 어떻게 해외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하느냐는 것입니다.
물론 국내 투신사가 경험부족으로 해외투자에 실패한 전력이 있긴 하지만 이제는 글로벌펀드 운용을 통해 국제 분산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즉 우리도 일본처럼 국내펀드에 일정비율의 해외 유가증권을 편입할 수 있도록 하자는 거죠.
▲李부위원장=외국 투자회사의 공략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과당 매매권유, 과장광고, 계열사 지원을 위한 펀드운용 등 현재의 영업관행을 탈피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국제적인 스탠다드에 맞는 규범을 확립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金사장께서 말씀하신 글로벌펀드 설립도 나름대로 의미있는 제안이기는 하지만 앞서 언급한 내부적 문제의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고 봅니다.
▲吳사장=최근 대기업 계열 투신사들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은 IMF 사태로 인해 불안해진 투자심리가 반영된 결과라고 봐야 합니다. 투자자들은 은행예금보다 주식형펀드 및 뮤추얼펀드의 수익률이 높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간접투자상품에 몰렸고, 이와중에 금융기관의 부도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대기업 계열 투신사를 찾게 됐다는 거죠.
이같은 대기업 계열 투신사의 성장배경을 간과한채 결과론적인 자금편중 현상만 거론하는 것은 문제라고 봅니다.
▲金사장=5대그룹 계열 투신사의 급성장은 투신시장 자체의 규모확대로 인한 유가증권 수요확대, 상품선택 폭의 다양화 등 순기능도 있지만 특정 그룹이 계열 투신사의 펀드를 활용해 채권발행 물량을 소화시키는 등 사금고화될 개연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5대그룹과 계열 투신사간의 방화벽이 설치돼야 하며, 펀드운용에 대한 철저한 감독도 이뤄져야 합니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투신사의 코스닥 등록이나 거래소 상장이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즉 투신사가 등록 또는 상장될 경우 소액주주의 감시와 불공정거래에 대한 감독을 받게 돼 자산운용이 건전화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5대재벌 계열 투신사의 펀드운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깁니다.
▲李부위원장=재벌기업의 투신산업 지배는 경제력 집중에 따른 자원배분 기능 제약, 계열사에 대한 부당대출 등 사금고화, 금융기관 보유자산을 이용한 기업확장 등의 문제점을 야기시킬 수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동일종목 및 동일회사 발행주식에 대한 투자한도 축소, 동일계열 유가증권에 대한 투자한도 축소, 그리고 계열사간 상호소유 및 순환소유 금지 등 자산운용관련 법규의 정비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金사장=내년 하반기중에는 투신산업의 구조조정이 완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현재 3투신은 저금리 기조 및 증시활황을 기반으로 경영수지가 급속히 개선되고 있어 2~3년안에 경영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정부에 의한 특단의 조치가 없더라도 경영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李부위원장=그동안 부실한 투신사 문제는 금융산업의 화약고로 존재해 왔지만 최근들어 개선추세가 뚜렷합니다.
앞으로도 투신사의 경영여건이 지속적인 호조세를 보일지, 또한 조만간 도입될 채권시가평가제 시행에 적절히 대응할지 더 두고 봐야겠지만 분명한 것은 구조조정을 강요할 이유는 없다는 것입니다.
▲金사장=주가 4자리수 시대의 서막이 올랐습니다. 일부에서는 거품론도 제기하고 있지만 저는 IMF체제 이후의 성공적인 금융개혁, 기업 구조조정, V자형의 경기회복 등 펀터멘털이 적절히 반영된 결과라고 봅니다. 한마디로 지금의 주가 1,000포인트는 지난 89년과 94년의 일시적인 주가 고공비행과는 다르다는 얘깁니다.
특히 최근 주가 1,000포인트를 잉태해 낸 요건들은 앞으로 더욱 호전돼 올해 1,300포인트, 내년 1,500~2,000포인트 달성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吳사장=최근 기업들은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있고, 이로 인해 수익성 향상도 기대되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수익성 향상은 주가 상승으로 반영되며, 이는 재차 기업들의 재무구조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환순을 가져올 것입니다.
물론 국내 증권업계는 수수료 인하 경쟁, 외국 투자회사와의 경쟁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그러나 기업의 직접금융 선호로 투자은행 사업기회가 확대되고, 금융권간 업무장벽 붕괴에 따른 유니버설 뱅킹으로의 전환이 이뤄질 경우 증권산업은 21세기 금융시장의 꽃으로 성장을 거듭할 것입니다. /정리=
이병관기자COMEON@SED.CO.KR
정구영기자GY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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