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새로운 집행위원 선출과정에서 자국출신이 뽑히도록 압력을 행사하며 볼썽사나운 경쟁을 펼치고 있다. 주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이런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혔고 당연히 그래야 한다. EU 집행위원은 개인의 능력과 성실함을 최우선으로 선출돼야 한다. 한 국가가 특정자리를 얻고자 지나치게 영향력을 행사하면 자격박탈의 요인이 될 것이다.
바호주 위원장은 분명 중책을 맡았다. 그는 회원국들로부터 집행위원 후보자들의 명단을 받았다. 과거 경험을 미뤄볼 때 일부는 귀중한 경험과 훌륭한 의사소통 능력을 가진 정치인일 것이다. 반면 일부는 자국 정계를 떠나 EU로 자리를 옮겨 연금이나 받으려는 한물간 인물들일 것이다. 선출체제가 더 개선됐다면 바호주 위원장이 후보자를 선출할 권한을 가져 각 직책에 맞는 최적의 인물을 찾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아직 이 같은 개혁안이 회원국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점은 매우 아쉽다.
바호주 위원장은 자신의 직책(집행위원장)과 최근 선출된 외교ㆍ안보 정책 고위대표를 포함한 집행위 내 25자리를 배치해야 한다. 모든 후보자에게 주요 직책이 돌아갈 수는 없는데 이 점만은 분명하다. 집행위는 역내 경쟁과 공조를 위한 중요한 책임이 있다. 권역 내 단일시장, 경제 및 통화정책, 환경, 사법 및 주거정책, 권역 확대 및 지역별 정책 등은 집행위 역할에서 모두 중심을 차지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직책이 무엇이든 집행위원은 출신국가의 이해를 대변해서는 안 된다. 그는 27개 회원국 전체를 위해 일해야 한다.
특정국가의 이해를 배척해야 하는 더욱 직접적인 이유가 있다. 모든 집행위원은 EU 의회의 견제와 감시하에 있다. EU 의원들은 자격이 부족한 후보자에 대해서 임명 동의를 거부하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의회의 행정부 감시는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그렇다고 의회가 거부권을 행사할 때 지나치게 과거의 정치적 경력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문제다. 지난 1980년대 말 소련ㆍ동구권의 붕괴 이전에 공산당에 몸을 담았다는 경력이 부적격 후보자로 판단 받는 이유가 돼선 안 된다. 물론 후보자들은 과거 자신의 경제ㆍ정치적 이해관계 등 모든 면을 공개해야 한다. EU 집행위원회의 운명은 바호주 위원장과 EU 의회의 협력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