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피해를 본원유 생산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해 전략비축유 방출을 시사하고 있으나 이는 오히려 정치적 압박을 더욱 가중하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략비축유를 공급해도 급등하는 유가를 잡기는 힘들며 이 경우 부시 대통령은 여야 양 측에서 추가 조치를 취하라는 공세를 받을 수 있다는 것.
부시 대통령은 현재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7억 배럴의 전략비축유 중 허리케인피해와 직접 관련된 생산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양만 방출할 계획이며, 상황이 호전되면 석유회사들이 즉각 더 많은 양을 전략비축유로 반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정치인들은 차제에 비축유를 시장에 풀어 유가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의 찰스 슘머 상원의원(뉴욕)은 "전략비축분이 어느 때보다 충분한 만큼향후 몇 개월동안 3천~4천만배럴을 공급해 유가 하락을 유도한다해도 전략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공화당의 올림피아 스노상원의원(메인)은 "고유가의 타격을 줄이기 위해 전략비축유를 이용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으며 하원 에너지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는 조 바턴 의원(공화.텍사스)도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석유를 시장에 공급할 것을 부시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부시 대통령은 30일 카트리나로 인해 석유 채굴시설과 정유공장,송유관 등이 폐쇄되자 허리케인 피해상황 검토와 복구를 직접 챙기기 위해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서의 여름휴가를 중단하고 31일 워싱턴으로 급거 복귀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나 공화당으로서는 단기간에 유가를 안정시킬 실질적 방안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유가는 허리케인 피해 이전부터 계속 상승해 왔으며 이는 이라크전과 산유국 베네수엘라와의 갈등, 중국의 석유수요 증가 등과 맞물려 있기때문이다.
경제 컨설팅업체 이코노미닷컴의 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는 "앞으로 몇 개월 내에 상황이 반전될 조짐은 없다"면서 "올 겨울에는 사람들이 기록적인 난방비와 자동차 연료비를 지출하면서 상황을 절감하게 될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여기에 석유 생산시설 복구가 예상보다 오래 걸리기라도 하면 석유 부족은 더욱 극심해져 미국 경제마저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많은 정책입안자들은 지난달 부시 대통령 지원 하에 통과된 에너지 관련법과 신규 정유시설 건설,대체 에너지 개발,각종 에너지 절약 방안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유가가 떨어진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프랭크 베라스트로 전략·국제연구센터 에너지 담당 국장은 전략비축유 최대 방출 가능량은 초기 90일동안 하루 420만 배럴이라며 이 정도면 하루 100만 배럴로 추산되는 허리케인 피해량을 보충할 수 있으나 문제는 기본적으로 정유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아메리칸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제임스 터버는 고유가가 얼마나 오래 이어지느냐에 따라 실제 위기가 가시화될 수 있다면서 내년도 총선에서는 고유가가 뚜렷한 정치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