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발달이 영화사나 음반업자의 배를 더 불리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은 막아야 합니다.”
사이버 시대의 지적재산권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날카로운 논리를 펼쳐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렸던 로빈 그로스 전 전자프런티어재단(EEF)의 지적재산권 전담변호사. 그는 최근 CD, DVD, 전자책 구매자들의 권리를 확대하기 위한 국제적 감시기구 `지적재산권 자유(IP Justice)`의 설립을 추진, 또다시 뉴스메이커로 부상하고 있다.
그로스는 “자신이 구입한 제품을 사적인 용도로 쓰기 위해 복제하는 것까지 막는 것은 지나치다”며 국제적 연대를 통해 이를 막아내겠다는 결의를 보이고 있다. 그녀는 인터넷 상에서 자신의 뜻에 동조하는 이들의 서명을 받아 이를 각국 정부에 입법 청원을 낼 계획이다. 그녀는 현재 구축중인 홈페이지(www.ipjustice.org)를 이달말에는 본격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98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미국의 디지털밀레니엄저작권법(DMCA)은 사적인 용도로 디지털 매체를 복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지난해 미 법원은 DMCA를 근거로 DVD 복제방지 기술의 코드를 풀어주는 프로그램 `DeCSS`의 인터넷 유포를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 이후 미영화엽회(MPAA)와 미음반협회(RIAA) 등은 DVD나 CD의 복제를 가능케 해주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무더기로 고소하고 나섰다. 이들은 또 저작권 컨텐츠에 대한 승인 받지 않은 접근과 복사, 배포 행위 등을 근절할 수 있도록 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로비를 벌이고 있다.
그로스는 이 같은 움직임이 지적재산권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그는 기술발달이 할리우드 스튜디오나 음반업자들의 권리는 더욱 강화하는 반면 소비자들의 권리는 묵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DMCA를 지키려면 거실에서 듣던 CD를 차 안에서 듣기 위해 매번 가지고 다니는 게 귀찮아 복제해 사용하는 것도 실정법 위반이 된다.
그로스는 “일부 거대기업이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소비자들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 말이 되냐”며 “전세계의 뜻 맞는 이들과 함께 싸워나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호정기자 gadget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