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지형 뒤흔드는 中머니파워] 인도와도 경제밀월… 美 포위전략 무력화하나

브라질에 530억弗 지원 등 막강한 위안화 힘 앞세워
중동 이어 유럽도 내편으로 거침없는 팍스 시니카 행보
아프리카 소국 지부티 등 전세계에 군사기지 추진도


14일 오전11시30분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시안의 오래된 사찰인 '다싱산쓰'에서 반갑게 맞았다. 다싱산쓰는 서기 256~289년에 축조된 사찰로 당나라 때 인도의 승려 금강지가 중국에 밀교를 처음 전파한 곳이다. 시 주석이 다싱산쓰를 모디 총리와 만나는 첫 장소로 택한 것은 이 같은 역사적 배경 외에 채식주의자인 모디 총리를 위한 오찬을 다싱산쓰에 있는 유명한 불교식 채식전문식당에서 하기 위한 배려도 담겨 있다. 지난 4월 말 미일정상회담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의 링컨기념관을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직접 안내한 것 못지않은 파격적인 외교행보다.

중국이 머니 파워로 글로벌 외교지형을 흔들고 있다. 이날 시 주석과 모디 총리의 정상회담은 중국의 거침없는 경제외교 행보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파격적인 투자를 통해 여전히 국경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인도마저 중국을 향해 줄 서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 의존하던 파키스탄 등 중동 국가들은 물론 미국의 우방인 유럽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의 노골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럽 주요국 대부분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를 통해 중국과 손을 잡았다.

특히 중국과 인도의 경제 밀월은 미국이 아시아에서 구축하고 있는 안보동맹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도와의 경제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일본·호주·인도를 축으로 한 미국의 대(對)중국 포위전략 자체를 무력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위안화를 앞세운 중국의 외교전략은 시 주석 집권 이후 한층 정교해지고 있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를 외교 핵심전략으로 내세우며 역내는 물론 유라시아 경제통합의 기반을 구축해가고 있다. 특히 일대일로는 중국의 경제영토 확대는 물론 외교역량까지 키우고 있다. 유럽과 중동에서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함으로써 아시아 회귀정책과 포위전략을 통한 미국의 공세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분위기다. 왕융 베이징대 국제정치경제연구센터 주임은 "중국 외교의 바탕은 경제력이지만 지역적으로는 미국의 패권주의에 반대하는 국가들과의 연계"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머니 파워 외교는 역내협력과 글로벌 협력의 투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다. 해상 실크로드 전략의 하나인 '진주목걸이'는 역내 경제ㆍ외교 협력의 대표적인 전략이다. 4월 시 주석은 파키스탄을 방문해 460억달러(한화 약 50조원) 규모의 경제협력 프로젝트를 합의했다. 파키스탄 과다르 항구에서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카스까지 이어지는 3,000㎞의 도로·철도·가스관과 과다르항 배후시설 인프라 건설에 투입되는 이 자금은 파키스탄을 중국 옆으로 바짝 다가오게 했다. 통 큰 투자를 통해 중국 역시 말라카해협에 대한 리스크를 피해 새로운 석유 운송로를 확보하고 일대일로의 중동 거점을 구축하는 성과를 거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으로 불리는 파키스탄 인프라 프로젝트가 중국 경제외교 전략의 핵심으로 부상한 일대일로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파키스탄에 이어 중국은 이미 스리랑카에서도 콜롬보 항구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고 방글라데시·캄보디아·몰디브·예멘 등에서도 항만 개발에 위안화를 쏟아부으며 거대한 'AA(아시아·아프리카) 차이나 벨트'를 만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모디 총리의 방중으로 중국과 인도가 기존 200억달러 외에 100억달러의 경제협력에 추가 합의할 경우 취안저우·광저우·하이커우에서 시작돼 캄보디아·방글라데시·인도·스리랑카·몰디브·파키스탄으로 이어지는 남중국해 일대 진주목걸이를 사실상 완성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심지어 중국의 거침없는 외교행보는 미국의 턱밑까지 위협하고 있다. 시 주석이 유럽과 아시아에서 역내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동안 리커창 총리는 오는 19일 브라질을 시작으로 칠레·페루·콜롬비아 방문에 나선다. 특히 첫 방문지인 브라질에서는 남미대륙횡단철도사업 등 530억달러(한화 58조1,834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계획 보따리를 풀어놓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머니 파워 외교가 더욱 주목 받는 것은 군사적 요충 확보 때문이다. 중국은 최근 아프리카 소국인 지부티와 사상 처음 해외 군사기지 건설을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 중국이 지부티 북부 항구도시 오보크에 군사기지를 세울 경우 미국은 중국과 처음으로 한 국가에 군사기지를 두고 대치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홍콩 명보는 이를 두고 과거 자국 영토를 지키는 방어적 전략에 치중했던 중국이 시진핑 정부 들어서는 세계 주요 요충지로 진출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지부티뿐만 아니라 인도양의 섬나라 세이셸공화국, 파키스탄 서남부 과다르항, 탄자니아 바가모요항에도 군사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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