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 전처를 차에 태우고 ‘이혼소송 취소 안 하면 동반자살 하겠다’던 남성이 결국 법원 판결에 무릎을 꿇었다. 이 남성은“혼인무효소송을 취하하겠다”는 내용의 부부간 합의서를 내보이면서 혼인이 유효하다고 주장했지만 소용없었다. 법원은 전처가 직접 쓴 이 합의서를“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라며 둘 사이의 혼인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안영길 부장판사)는 A(41ㆍ여성)씨가 전 남편 B씨(45ㆍ남성)를 상대로 제기한 혼인무효소송에서 원고승소로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합의서의 내용이 A씨의 잘못만을 지나치게 일방적으로 수긍하고 있으며 동반자살 위협을 느낀 당일 작성된 점, 작성 며칠 후에 A씨가 변호사를 통해 합의서를 취소하겠다고 밝힌 사정을 고려할 때 강박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A씨는 2007년 B씨와 이혼했지만 직장에서 이혼상태인 것이 드러나면 곤란하다는 전 남편의 끈질긴 요구에 혼인신고를 해줬다. 다만 ‘A가 재혼할 다음 해 3월까지만 법적 부부관계를 유지할 것이며 그 이후 A와 B는 이혼에 합의할 것’이라는 내용의 문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전 남편 B씨는 혼인신고를 취소해주겠다고 약속한 시일이 지났는데도 이혼요구를 거절해 가정법원으로 다툼이 넘어왔다.
가정법원의 한 관계자는 “혼인무효소송의 경우 대부분 ‘협박이나 강요에 의해 합의했다’고 주장하지만 입증이 어려워 잘 인정되지 않는다”며 “이번 사건은 드물게 여러 정황에 의해 원고의 혼인무효 청구가 인정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