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술년(丙戌年)이 시작된지 일주일만에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600달러 가까이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이는 실제 국민소득이 크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연초부터 원.달러 환율이 급락세를 이어가면서 미국 달러화로 표시되는 국민소득에 명목적인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평균치(1천24원)를 상회할 가능성은 낮아 외환시장이 정상화되더라도 1만8천달러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됐다.
10일 한국은행, 재정경제부, LG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GNI)은 약 1만6천400달러로 전년(1만4천162달러)에 비해 16% 정도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지난해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의 평가절상률 12%와 실질 경제성장률 3.9%, 물가상승률(실질 GDP 디플레이터) 0.2% 등을 포함한 수치로, 사상 처음으로 1만5천달러를 넘어섰다.
정부는 올해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5%의 경제성장률과 2.5%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할 경우 국민소득이 1만7천600달러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욱이 올들어 환율이 급락세를 나타내면서 세자릿수 환율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아 1만8천달러 달성도 무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천12.6원으로 장을 마친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일 977.5원으로 떨어져 일주일만에 무려 3.5%나 급락했다.
이를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에 적용하면 결국 환율 하락만으로 일주일만에 무려570달러 정도를 증가시킨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LG경제연구원의 송태정 연구원은 "연초부터 환율이 급락하고 있으나 연평균은 990원선에 형성될 것"이라며 "이럴 경우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을 1만8천100달러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재경부 관계자도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GDP 디플레이터가 떨어져 어느정도 상쇄되는 효과가 있다"며 "그러나 국민소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경제성장률과 환율"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앞으로 수년간 환율이 최소한 지난해 평균치를 상회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오는 2008년에는 2만달러 시대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LG경제연구원이 제시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오는 2009년까지 매년 원.달러환율이 1천원을 유지하고 물가상승률 3.0%, 경제성장률 4.6%를 기록할 경우 오는 2008년에 1인당 국민소득이 2만1천달러로 첫 2만달러 시대를 맞는다.
또 5.1%의 성장률과 3.5%의 물가상승률, 960원의 환율이 유지되면 내년에 1인당국민소득이 2만700달러에 달하며, 성장률이 4.1%로 부진하고 물가상승률과 환율이 각각 2.5%와 1천40원이 되면 오는 2009년에야 2만1천500달러로 처음 2만달러를 넘어선다.